막오른 '주52시간 시대'…새로운 수요 창출에 기대감 높아진 유통업계

신세계 백화점 영등포점이 주 52시간 적용을 위해 개념시간을 30분 늦췄다. 사진=연합뉴스
신세계 백화점 영등포점이 주 52시간 적용을 위해 개념시간을 30분 늦췄다.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가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자 자기계발과 여가활동 등에 나서는 직장인을 겨냥, 관련 수요 잡기에 나섰다. 대형 유통업체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앞서 유연근무제나 집중근로제 등 대안을 시범 운영해 혼란을 최소화 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사무·영업·현장직 등 다양한 근로자 맞춤형 제도를 마련해 시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1월부터 근무시간 단축을 조기 시행했고 주 52시간이 아닌 주 35시간이라는 파격적인 근무제를 도입했다. 신세계는 2일부터 39년 만에 신세계백화점 개점시간을 기존 10시 30분에서 11시로 늦췄다.

신세계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원에게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워라밸' 실현 기회 제공을 위한 조치다.

롯데백화점은 근로시간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한 조치로 생산설비 보강, 교대근무조 개편, 추가 채용에 나섰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주류, 롯데푸드 등 롯데 식품 4개 계열사에서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직 근로자 200여명을 추가 채용하고 있다. 이는 전체 생산직 10% 수준이다. 또한 영업직 사원이 업무에 활용하는 개인휴대단말기를 근무시간 이후 작동 되지 않도록 하는 '스마트SFA 오프제'를 다른 계열사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1일부터 위탁 운영중인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을 제외한 백화점 15개, 아울렛 4개 등 전국 19개 점포 직원 퇴근시간을 1시간 앞당긴다. 근무시간은 단축되지만, 백화점과 아울렛 영업시간은 변동 없이 기존대로 유지된다.

대형마트 3사는 이미 영업 종료시간을 1시간 앞당긴 상태다. 이마트는 1월부터, 홈플러스는 4월부터 영업시간을 11시로 단축했으며 롯데마트도 6월부터 전점 폐점 시간을 11시로 단축했다.

유통업체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새 구매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백화점은 올 여름 문화센터 강좌 가운데 직장인 대상 저녁 수업을 10~20%가량 늘렸다.

신세계백화점의 여름 문화센터 강좌 수는 지난해 여름학기 6800개보다 1900여개 늘었다. 직장인을 겨냥한 오후 5시 이후 강좌는 전년에 비해 10%가량 많아졌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는 20~30대 직장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관련 강좌를 지난해보다 150% 가까이 늘렸다. 현대백화점도 오후 6시 이후 문화센터 강좌를 지난 여름학기에 비해 최대 20% 늘렸다.

백화점 문화센터 회원들이 쇼핑 매출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들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으로 평일 저녁시간 백화점과 아울렛 등을 쇼핑하는 직장인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오는 15일까지 '퇴근 후 쇼핑세일'을 진행한다. 앞서 롯데는 평일 오후 5시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 할인권이 담긴 우편광고물(DM)을 110만부 이상 배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유명 피트니스 브랜드 상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를 포함한 '워라밸 페어'를 진행한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업무가 일찍 끝나는 평일 저녁시간에 쇼핑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