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에서 중국 기업 위세가 당당하다. 러시아 월드컵 공식 후원사 12개 가운데 4개사가 중국 기업이다. 중국 전자기업 하이센스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소니를 대신해 월드컵 최고 등급 후원사가 됐다. 중국 비보는 유일한 스마트폰 공식 후원사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은 월드컵에서 과거와 달라진 위상을 뽐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8'에서도 중국 기업 위세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기업 중심으로 운영하는 CES 아시아에는 2015년 첫 개최와 비교해 4년 만에 참가 기업 수가 2배로 늘었다. 광저우, 선전,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몰려온 많은 스타트업도 활기를 북돋았다.
중국 기업은 행사장에서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기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짝퉁 이미지를 벗고 미래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들 기업은 전시용 기술·제품뿐만 아니라 실제 핵심 기술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 줬다. 알리바바는 IoT 기기 간 연결이 가능한 블루투스 칩을 1달러에 선보였다. 하이센스, TCL 등 TV 제조사는 음성 인식으로 제어하는 TV를 출시·시연했다.
국내 기업도 CES 아시아 행사장에서 달라진 중국 IT 기업 위상을 세심히 살폈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음성 인식으로 쇼핑까지 연결되는 중국 하이센스 TV를 유심히 보며 분석했다.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도 젊은이로 활기 넘치는 현장 분위기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 IT 기업은 글로벌 시장 주도에 한계가 있다. 자국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 예로 알리바바 AI 스피커는 출시 1년도 안 돼 세계 AI 스피커 판매량 3위를 차지했지만 자국 내수 시장 판매량이 대부분이다.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기업은 무시할 수 없다. 중국 기업은 가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주류 산업과 직접 경쟁하는 산업이 많다.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