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시행되는 '유전자원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 때문에 천연물 의약품 개발 제약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일 업계 따르면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거나 판매 중인 동아에스티, GC녹십자 등 제약사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유전자원법은 '나고야 의정서' 국내 이행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나고야 의정서는 외국 유전자원을 이용해 의약품, 화장품 등을 개발하는 경우 유전자원 제공국 정부에 미리 통보해 승인을 받고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게 나눌 것을 규정한 국제협약이다.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돼 2014년 발효됐다.
천연물신약 개발에 나선 동아에스티, GC녹십자는 8월 유전자원법으로 불리는 나고야 의정서 시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제약사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 전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천연물의약품(동식물, 광물 등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해 개발한 의약품)은 나고야 의정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약물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내 천연물의약품은 '스티렌정·모티리톤정(이상 동아에스티)' '신바로캡슐(녹십자)' '조인스정(SK케미칼)' '시네츄라시럽(안국약품)' '유토마외용액(영진약품)' '레일라정(한국피엠지제약)' '아피톡신주(구주제약)' 등 8개 품목이다.
개발 중인 약물도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천연물의약품 개발에 가장 앞장 서 있는 곳은 동아에스티다. 동아에스티는 위염치료제 '스티렌'(성분 애엽 95% 에탄올 연조엑스)을 판매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DA-9803(성분 상심자, 복령피)'을 비롯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성분 부채마, 산약)', 파킨슨병 치료제 'DA-9805(성분 목단피, 시호, 백지)',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제 'DA-9701(성분 현호색, 견우자)' 등 4개 천연물의약품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했다.
영진약품이 개발 중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치료제 'YPL-001'은 지난해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했다. YPL-001 주성분은 국내 자생식물 '산꼬리풀' 추출물이다. 다양한 천연물 신약을 개발한다.
문제는 국내 제약사가 천연물의약품 개발에 활발하지만 대응 준비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국내 136개 제약·바이오기업 대상 설문 결과, 나고야 의정서 관련 대응책 마련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54.4%)이다.
유전자원 신고 의무는 8월 18일부터 시행된다. 제약사도 체계적 대응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내 제약사는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 후 중국 등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할 때 해당 자원국에 별도 로열티를 최대 10% 이상 지불한다.
국내 제약사 천연물의약품 원료 생물자원은 약 60~70%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중국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세계 8위(북반구 기준 1위) 국가로 8만6500종에 이르는 방대한 생물자원을 보유했다. 국내 제약사 제조원가 절감을 위한 대책도 불가피하다.
국내 정부도 제약사, 화장품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나고야 의정서를 이행하도록 부처 합동으로 준비했다.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 후 천연물 신약 원료 관련 절차 등 가이드라인이 없어 곤란하다”면서 “국내외 법규 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