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 "대기업·벤처기업 협력이 일자리 창출 동력"

12일 취임 100일을 맞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의욕이 넘쳤다. 정부부처와의 소통현장은 물론이고 기업, 노동계 현장 등을 꼼꼼히 챙긴다. 소신 있는 '쓴소리'와 직설화법으로 유명하다.

“신의 영역에 대해서는 간절히 기도하겠지만 인간 영역에서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다 해보겠습니다. 차근차근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시다발적으로 할 것입니다”

그의 지론은 하나둘 실현되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거침없이 일자리 정책에 속도를 냈다.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해 더 강하게 나가겠다는 각오다.

이 부위원장의 강도 높은 업무 스타일은 관가에 널리 퍼졌다. 취임 이후 각 장관에게 양해를 미리 구할 정도로 위원회 파견 공무원에게 정책 속도·성과를 연일 강조했다. '악역'을 자처한 셈이다. 그는 “그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 부위원장이 최근 가장 강조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상생이다. 대기업 자본력·마케팅 능력과 중소벤처기업 혁신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진한 혁신성장을 이루고 가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

이 부위원장은 “대기업 투자, 사내 벤처, 인수합병 등 자발적 중소벤처 협력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정부가 지원하고자 한다”며 “특히 '창업→인수합병→재창업'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대기업의 벤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홍보팀이 작성한 모범 답변자료를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들어 고용지표가 충격적이다. 어떻게 바라보나.

▲지표가 좋지 않다. 일자리위원회에 와서 상세히 들여다보니 지금은 고용지표가 좋을 수가 없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었다. 베이비부머 세대 아들, 딸은 올해부터 3년간 집중적으로 노동 시장에 들어온다.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이처럼 에코세대 노동시장 진입 증가 등 인구 구조 요인와 함께 자동차·조선 등 일부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수 증가, 취업유발효과 감소 등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했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 외에도 지난해 3~4월 취업자수 증가가 40만명 이상이었기 때문에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고용지표가 나쁠 수밖에 없다.

-수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되지만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 1기 일자리위는 공공일자리 설계에 집중했다. 민간 일자리 동력이나 토대 등을 마련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민간 일자리에도 균형 있게 집중했다면 고용지표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자리 성과는 하반기부터 조금씩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올해 추경도 크진 않지만 청년 일자리를 타깃으로 한 만큼 일정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지표는 이제 바닥을 쳤다고 본다. 5월 수치도 고용 내용을 보면 개선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실제 숫자가 늘진 못했으니 그 대목에선 할 말이 없다. 내년 2분기 이후에는 올해 발표한 일자리 정책, 앞으로 발표할 정책에 힘입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

40만명대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올 하반기 20만명대는 가능할 것이다.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국가재정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왜 일자리를 정부가 만드냐고 비판한다.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기업프렌들리'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기업프렌들리 정책이라고 했지만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진 않았다. 민간이 만들어 나간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할 때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 서비스 산업 육성에도 지원 정책이 들어가야 한다. 혁신성장은 기업이 다 하기 힘들다. 정부가 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크든 적든 정부 지원, 재정이 필요하다. 정부 돈이 별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규제개혁 정도다. 나머지는 다 돈이 든다. 선진국도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 보다 '일자리 키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는 나누기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나누는 것을 함께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성장을 해야 가능하다.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일자리 나누기는 많은 선진국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그리고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이뤄냈다. 실제 성공도 했다. 일자리 나누기에는 노사 협력이 필요하다. 노동시간도 반드시 단축해야 한다. 경영계와 노동계, 대기업 정규직 양보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 각 주체 간 대화와 토론, 타협이 절실하다.

-일자리 키우기는 혁신성장을 통해 가능하다. 정부 혁신성장 정책을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은 크게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으로 나눌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여러 수단을 통해 1년 동안 열심히 추진했다. 공정경제도 애를 많이 썼다. 다만 혁신성장은 진전되지 않았다. 5월 혁신성장 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는 뛰는데 우리는 걷는다”고 지적했다. 혁신성장은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산업, 기술, 제도, 사람 혁신이 동반돼야 하는데 제대로 준비돼지 않았다. 혁신선도사업을 보면 대부분 하드웨어는 갖춰졌는데 소프트웨어는 덜 갖춰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 혁신에서는 기술대학 만드는 정도에 그쳤다. 분발해야 한다.

<이동근 기자>
<이동근 기자>

-혁신성장 부진이 일자리 정책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7가지 동력이 있다. 첫 번째로 성장의 고용탄력성이 높은 중소기업 서비스산업 육성이다. 역대 모든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집에 들어가 있지만 제대로 육성된 적이 없다. 두 번째는 획기적인 스타트업 지원이다.

세 번째는 재벌 대기업과 협력업체 상생이다. 일자리는 협력업체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재벌대기업이 국민에게 보답하는 것은 협력업체에 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기술탈취를 하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는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규제 개혁이다. 이해집단 간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국민생활 위해를 가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다. 이것만 잘 안착된다면 14만~15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 근로시간 단축이다.

-최근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경제수석이 교체됐다. 일자리위원회와 역할 조정이 있나.

▲크게 없을 것이다. 일자리수석은 부처를 독려해야 한다. 평가가 엇갈리지만 전 일자리·경제수석은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본다.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은 일자리정책 로드맵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경제정책 방향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

정태호 신임 일자리수석은 당에서 '정책통'으로 불렸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본다.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은 공무원 출신인데다 현 정부 경제정책과 함께 하는 사람이다. 현안 대응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 잘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당정청이 모든 사안에서 한목소리를 내긴 힘들겠지만 최근 최저임금 등에 이견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장기 또는 구조적으로 저임금 일자리를 줄였다는 실증적 조사 연구결과는 없다.

단기적 마찰로 저임금 일자리가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알바생'을 쓰다가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종합해서 봐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 삶을 생각해야 한다. 압박 받는 소상공인, 영세사업자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국민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됐을 때 절차적으로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내용에서는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조건에서 다양한 환경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최저임금은 대략 어느 정도 오르는 게 온당할 것인지에 대한 적정성이 집단지성을 통해 나올 것이라고 본다.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됐다.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근로시간 단축은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노동 생산성 향상,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다. 관리가 잘 안되면 빠져나간다. 일은 안 줄면서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노동 강도가 세진다. 일을 더 많이 시키면서 52시간 월급을 주는 곳도 있다. 정부가 감독해야 한다. 고용부 중심으로 전 부처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정부는 노동자 교육을 시켜줄 수도 있다. 독일, 일본의 경우 제조업 강국이다. 이들 핵심은 노동자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이다. 결국 교육 훈련에 달렸다. 여러 노력을 할 것이고 다른 부작용 없이 일자리 정책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전 산업에 걸친 핵심 이슈는 아니다. 계절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산업은 절실할 수 있다. 즉, 산업과 업종에 따라서 다르다. 고용부가 세밀한 조사를 통해 산업과 업종 요구를 면밀히 살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반기 집중하는 것은.

▲재벌 대기업은 자본과 시장을 가졌다. 하지만 공룡처럼 커져 있기 때문에 혁신성이 부족하다. 반면 스타트업은 시장과 자본에 목말라 한다. 상대적으로 혁신에서는 앞서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이 혁신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우리나라에도 대기업의 벤처기업 M&A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쪽에서는 대기업에 적극 제안하는데 대기업은 선뜻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협력을 위해 뛰어보려 한다. 기업이 적극 동참해 준다면 기업 경영 애로사항을 법과 원칙의 범위 내에서 해결하는데 도울 것이다.

대담=이호준 산업정책부장

정리=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이목희 부위원장은

△1953년 경북 상주 △김천고 △서울대 무역학과 △한국노동연구소 소장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기획위원 △대우자동차희망센터 이사장 △새천년민주당 김대중 총재 특별보좌역 △노무현 대통령후보 특별보좌역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 △17·19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