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동네 구멍가게 등 소규모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가 1700조원을 넘어섰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로 가계 여유자금은 예년보다 낮은 16조원대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1/4분기 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가 전분기보다 22조5000억원 늘어난 170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계신용(1468조원)에 241조원을 더한 수치다. 비영리단체와 재무제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 소규모 자영업자의 대출과 외상매입까지 포함했다.
자금순환 통계로 가계 부채와 여윳돈을 가늠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더불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지표다.
가계·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전분기에서 소폭 증가한 1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순자금운용은 자금운용액에서 자금조달액을 제한 값이다. 경제주체가 다른 부문에 공급할 수 있는 여윳돈을 의미한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예년보다 호조세를 보이며, 그 규모가 2009~2017년 분기 중 평균값(25조9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는 가계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전국에서 주택 23만3000호가 거래됐다. 1분기 평균 거래량(19만8000호)과 전년 동기(19만9000호)를 상회했다. 4월 1일자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조치가 시행되기 직전까지 부동산 거래가 몰렸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포함한 대출금은 1603조1410억원에 달했다. 한 분기만에 20조78000억원이나 불어났다.
박동준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통상 1분기가 주택 거래 비수기임에도 올해 1분기에는 주택투자 호조세를 보였다”면서 “이로써 순자금운용 규모도 예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진단했다.
가계 자금 조달 규모는 22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35조4000억원)에서 쪼그라들었다. 그 중 금융기관 차입금이 14조원 깎이며 전분기 34조8000억원에서 20조8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주택담보 대출이 많은 장기 차입금 규모는 28조7000억원에서 14조7000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신용대출 위주의 단기차입금은 전 분기와 같은 6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자금 운용 규모도 51조8000억원에서 39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기관 예치금은 증가한 반면, 보험 및 연금준비금 규모는 22조8000억원이나 감소한 탓이다.
일반정부 순자금운용 규모눈 7조5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국채 발행으로 일반정부 자금 조달이 전 분기 9조4000억원 감소에서 1분기 28조8000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비금융법인 기업 순자금조달 규모도 음의 값(-) 1조2000억원에서 음의 값 9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도 17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저조한 수준이다. 전분기(29조4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이나 깎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