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4>'독서경영은 남는 장사' 조병호 디와이 회장

조병호 디와이 회장은 “독서를 하면 직원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향상된다”면서 “독서경영은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조병호 디와이 회장은 “독서를 하면 직원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향상된다”면서 “독서경영은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조병호 디와이 회장은 “내가 생각은 많이 하지만 생각의 리더는 아닌데…”라며 말 끌을 흐렸다. 조 회장은 국내 부품소재산업 국산화 주역이다. 올해 매출 예상액은 8600억원이다. 회사에 회장실이나 사장실이 없다. 성과는 공정하게 배분한다. 전문경영인 체제다. 조 회장은 아들이 셋인데도 누구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직원 창의력 향상을 위해 사내에 독서대학을 설치했다. 올해 24년째다. 한 해 책 구입비만 5000여만원이다. 인천사옥 1층에는 북카페를 만들었다. 독서 업무를 전담하는 '책읽기 지도사'를 두고 있다. 실제 생각의 리더가 아니면 어느 것 하나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조 회장을 만난 인천시 남동공단 내 회사 1층 접견실도 회장 전용이 아닌 공용(共用)이다. 직원 안내도 없이 혼자 접견실로 들어왔다. 감색 상의에 노란 티셔츠, 줄무늬 바지 캐주얼 차림이었다. 건네받은 명함이 아니었다면 그가 회장인 줄 알기 어려웠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4>'독서경영은 남는 장사' 조병호 디와이 회장

-독서경영을 시작한 이유는.

일본 영향을 받았다. 일본은 지하철을 타면 누구나 책을 읽었다. 심지어 현장 직원도 독서를 했다. 직원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경영학에 독서경영이란 건 없다. 경영학 서적이 많은데 그걸 읽는다고 경영을 잘하는 건 아니다. 언론이 그렇게 불렀는데 아무튼 독서경영 원조는 우리다. 책을 많이 읽고 좀 더 똑똑해지고 가치관을 바르게 정립하면 선진국민이 되는 길 아니겠나. 독서경영은 남는 장사다.

-독서대학을 언제 설립했고 졸업 기준은.

▲1991년 사내에 4년제 독서대학을 설립했다. 1기 독서대학 졸업생은 나를 포함해 10명에 불과했다. 그 때 받은 졸업패가 이것이다.(그는 일어서더니 진열대에서 받은 패를 꺼내왔다). 1년에 25권씩 4년간 100권을 읽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평균 한 달에 2권을 읽었다. 사장인 나도 예외가 없었다. 이문열, 최인훈, 김동길, 이청준, 신경숙씨 등 유명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충남도에서 주말에 독서대학을 운영했다. 그곳에 가서 강의도 했다. '디와이 독서 문학제'는 올해로 23년째다. 책 읽는 문화를 가정으로 확산하기 위해 2년마다 독서캠프도 개최하고 있다.

-독서경영이 사내에 어떤 변화를 가져 왔나.

▲창의력과 사고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결과론으로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됐다. 책을 읽으니 직원 통찰력도 좋아졌다. 한 번은 하계 CEO모임에 초청받아 독서경영을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다. 그때 “독서경영은 남는 장사다. 여러분이 독서경영을 하고 싶다면 꼭 해야 할 게 세 가지다. 첫째, 돈을 써야 한다. 둘째, 책을 사주고 독서 지도사를 채용해 독서업무를 주관하고 셋째, CEO가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 한 달 동안 회사 전화통에 불이 났다. 많은 기업체에서 “하계모임에 다녀오신 사장님이 느닷없이 회사에 가서 뭘 어떻게 하는지 보고 오라고 지시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16년 10월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어떤 책을 읽나.

▲우리는 학습이 필요한 책은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과 시, 역사, 철학 등 교양서적 위주로 필독서를 선정한다. 독후감 제출과 독서토론은 의무화다. 시 낭송회도 하고 연극도 관람한다. 자기 직무와 관련한 책을 읽는 건 학습이지 독서가 아니다. 독서는 습관이다. 일정기간 지나면 책을 읽지 말라고 해도 책을 읽는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4>'독서경영은 남는 장사' 조병호 디와이 회장

-책은 누가 선정하나.

▲우리 회사에는 독서 업무만 전담하는 독서 지도사가 있다. 책 선정과 독후감, 독서 토론회, 문학제와 독서캠프 등을 그가 총괄한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공장마다 한 명씩 근무한다.

-책값을 지원하나.

▲당연하다. 책 읽기가 남는 장산데 왜 책을 안 주나.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회사에서 사준다. 연간 도서 구입비만 5000여만원이다. 그뿐이 아니다. 신입사원 공채시 1차 서류심사 합격자에게 필독서를 우편으로 보내준다. 면접시 회사 측 간부와 독서토론을 한다. 승진할 때도 독후감을 제출해 평가를 받는다.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다.

-회사 소장 도서는.

▲인천사옥에만 4000여권이다.(회사 1층 50여평 독서실에는 소파와 책상이 놓여있다. 서가에는 철학, 문학 등 분야별로 책을 분류해 놓았다. 대출은 책상 위에 놓인 도서대출 대장에 기록한 뒤 책을 가져간다. 신간은 구입대장에 책 이름을 적어 놓으면 사준다.)

-회사 책을 직원이 가져가면 어떻게 하나.

▲가져가도 좋다. 대신 나는 직원에게 3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책을 들고 다녀라. 둘째, 선물은 책으로 하라. 셋째, 친구와 만날시 약속장소는 서점으로 정하라고 한다.

-회장께서는 요즘 어떤 분야 책을 읽나.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책을 읽는다. 기억에 남은 책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화산도'다. 우리가 잊고 있던 가슴 아픈 역사다.

-경영철학은.

▲바른경영을 통해 탁월한 가치를 창출해 공동체 행복과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게 경영이념이다. 회사비전은 즐거움이 있는 100년 기업이다. 100년은 영속기업 상징이다. 핵심가치는 깨끗한 일터, 즐거운 사원, 튼튼한 회사다.

-회사 현황은.

▲올해로 창립 40년이다. 올해 매출액은 8600여억원이다. 10년 전 매출이 4765억원 정도였다. 최근 수출이 줄었다. 해외법인은 중국에 3개, 인도 2개, 멕시코 1개 등이다. 연구소는 미국에 1개가 있다. 생산품은 유압실린더, 자동차 부품, 세차기, 크레인, 골프카트 등이다. 유압실린더는 세계일류상품으로 뽑혔다. 수출이 70%, 내수는 30%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4>'독서경영은 남는 장사' 조병호 디와이 회장

-노동조합이 없나.

▲그렇다. 아마도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는 건 삼성과 우리뿐일 것이다. 20년 전부터 노조가 없다. 그전에는 노조가 있었다. 노사 갈등도 겪었다. 노사 갈등은 상대에 대한 불신이 주원인이다. 사장과 직원은 서로 신뢰하고 존경해야 한다. 경영자가 바른경영을 하고 직원과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 노사갈등은 없다. 회사에 출근부가 없다. 일체감 조성을 위해 직종간 구분 없이 단일호봉제를 도입했다. 직원이 회사 주인이다. 우리는 임금협상할 때도 독서토론을 한다. 바른 경영은 출발점이자 지향점이다. 직원 정년도 연장했다.

-노사협상은 어떻게 하나.

▲1991년부터 전원참여 경영, 집단의사결정, 공정성과 배분을 경영 방침으로 정했다. 경영자 대표 7명과 근로자 대표 7명으로 경영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에 모든 걸 넘긴다. 한 해 목표와 임금, 성과급 지급, 경영전략 검토 같은 모든 걸 결정한다. 경영성과를 공개하고 성과 배분제를 도입했다.

-성과는 어떻게 배분하나.

▲연초 협의회에서 성과배분 기준을 정한다. 대략 10월이나 11월쯤이면 직원이 자신이 받을 금액을 다 안다. 성과급을 계산하는 방식이 있다. 지난해 성과급을 700% 넘게 받은 공장도 있다.

-회사는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나.

▲그렇다. 나는 아들이 셋인데 처음부터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사회 공헌 활동은.

▲장학재단을 설립, 초·중·고교생 100명을 선발해 매년 장학금을 지급한다. 지난달 장학금을 전달했다. 사내 복지기금도 조성했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4>'독서경영은 남는 장사' 조병호 디와이 회장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즐거움이 있는 100년 기업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 모델을 만들고 싶다. 일본 경우 전문경영인제와 세습제가 공존하는데 우리는 전문경영인제가 거의 없다. 국내에서는 풀무원과 마이다스아이티 정도다.

-하루 일과는.

▲대략 9시경 출근해 6시 이전에 퇴근한다. 저녁 약속을 안한다. 친구 모임도 낮에 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이라고 할 게 없다. 아이들이 어릴 적 일이다. 학교에서 가훈을 적어 오라고 했다. 가훈이 있을 리가 있나. 가만히 생각하다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걸 그대로 적어 냈다. 아이가 학교 갔다 오더니 “우리 반에서 가장 긴 가훈”이라고 했다. 취미는 독서다. 회사도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니 할 일이 별로 없어 열심히 책만 읽는다.(웃음)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4>'독서경영은 남는 장사' 조병호 디와이 회장

조병호 회장은 경기중·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정부 초청으로 독일 부퍼탈공대에서 수학했다. 대우중공업을 거쳐 대기정밀 대표이사, 동양기전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디와이 대표이사 회장이다. 세계일류상품과 월드클래스 300기업에 선정됐다. 1993년 책의 인물, 자랑스러운 서울시민 600명, 경제정의기업상, 대통령표창, 독서문화상 대통령 표창, 금탑산업훈장, 한국의 경영자상 등을 받았다. 그는 공사(公私)가 분명해 회사 일에는 회사 카드를, 개인 일에는 개인카드를 사용한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