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스포츠 인기가 높다. 스크린골프에 이어 스크린야구가 동호인들의 인기를 끌더니 스크린낚시, 스크린테니스, 스크린볼링, 스크린승마 등 다양한 종목으로 스크린스포츠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시장 규모도 이미 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국내 스크린골프시장 해부 보고서에 따르면 스크린골프 시장만 2015년에 이미 약 1조 2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스크린골프 매장 수는 7500개에 이른다. 스크린골프 인구는 지난해 351만명으로 필드 골프 인구를 추월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스크린야구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에 처음 등장, 5년 만에 매장 수가 450여개를 넘어섰다.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2020년에는 1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여기에 낚시, 양궁, 승마, 컬링, 볼링, 테니스, 배드민턴, 사격 등도 스크린스포츠 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어 전체 스크린스포츠 시장은 지난해 이미 5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이 스크린스포츠에 빠져드는 이유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접근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저런 장비를 갖추고 운동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실외 스포츠를 아무런 준비 없이 가까운 실내에서 언제든 즐길 수 있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은석 대구한의대학교 교수는 지난 2009년 한국여가레크레이션학회지에 '스크린골프 참여자의 운동동기 탐색, 참여요인, 재미요인, 실제감 요인'이라는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조사자 376명 가운데 45.9%가 시간, 거리, 비용을 스크린골프 동기로 선택했고, 스크린골프에서는 심리적 활력을 느낀다는 응답이 41.5%로 가장 많았다.
스크린스포츠는 가상현실(VR)에 이어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동원, 현실감을 높여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재미요소가 강했던 스크린스포츠가 정보통신기술(ICT)의 힘을 빌어 점점 실제 스포츠와 유사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장 먼저 등장해 가장 많은 발전을 거듭해 온 스크린골프도 필드에서와 동일한 만족감이나 운동효과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골프존은 프로골퍼 30명을 대상으로 자체 신뢰도 테스트를 진행, 실제 필드 상황의 95.5%까지 재현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고속카메라 센서로 클럽패스와 페이스, 임팩트 존, 볼 스핀, 볼 스피드, 발사각 등을 정교하게 측정해 구질과 방향 및 비거리 등을 그대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경사와 페어웨이, 러프, 벙커 등 실제 환경과 유사한 스윙 플레이트를 제공해 볼의 위치에 따른 환경도 유사하게 구현해 냈다. 비거리와 구질의 정확성은 프로골퍼들이 실내와 야외에서 진행한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현실감을 더 높이기 위해 카메라 워크를 연출하거나 볼을 치면 생기는 디봇까지 재현했다.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실제 필드에서 즐기는 골프와 거의 유사한 싱크로율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운동효과 면에서는 크게 뒤질 수 밖에 없다. 클럽을 들고 스윙을 하는 동작까지는 동일하게 구현할 수 있지만 필드에서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잔디를 밟고 걷는 활동으로 얻는 운동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들도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다. 스크린 골프 3년차인 김재혁 씨(38)는 “스크린골프는 재미와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면서 “다양한 기술과 그래픽으로 현장을 재현한다고 해도 잔디 결이나 상태 등에 따른 세밀한 차이로 인한 범타 발생이나 퍼팅 등은 실제와 다르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4년 문병일 전남대학교 교수가 종홍용 조선대 교수 및 박익열 경남과학기술대 교수와 공동으로 한국골프학회지에 발표한 '골프 라운드의 형태에 따른 환경적·생리학적 요인 차이 분석을 통한 스크린골프장 라운드 운동효과' 논문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진은 스크린골프장에서 하는 라운딩의 운동효과를 알아내기 위해 16명을 대상으로 스크린골프장과 실제 골프장 라운딩에 따른 환경·생리적 요인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스크린골프에서는 이동거리가 0.49±0.09㎞로 5.81±0.43㎞인 필드와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적 변화도 미미했다. 스크린골프장에서의 평균 심박수는 92.66±3.69bpm으로 필드의 111.00±3.52bpm보다 19bpm 낮았다. 에너지소비량도 457.33±89.77㎉로 필드 1923.86±298.15㎉에 비해 4배나 적었다.
연구진은 스크린골프는 시간·경제적 여건에 따라 접근하기 쉽고 흥미와 여가 및 친목화동으로는 적합하지만 실제 골프장 라운드보다는 생리적 측면인 운동으로서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결론 지었다.
운동효과는 종목마다 다르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야구나 축구는 걷거나 뛰는 과정을 생략한 채 타격을 하거나 슛을 하는 과정만 구현했기 때문에 운동효과를 비교하기 어렵다.
반면 볼링, 테니스, 배드민턴 등은 실제와 유사한 운동량을 보인다. 상대만 없을 뿐 실제 공을 굴리는 동작이나 셔틀콕과 볼을 치기 위해서 움직이는 동작은 동일하다. 오히려 상대방 없이 혼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는 훨씬 큰 운동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스크린스포츠는 아직 골프를 제외하고는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개발사들도 스크린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계속 늘리는 추세다.
일례로 스크린야구는 타격존 외에 피칭존을 운영하거나 파울플라이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장내 아나운서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현장음도 그대로 들려준다.
또 프리킥 위주로 운영하는 스크린축구는 장벽을 쌓는 선수 수나 공을 차는 거리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스크린스포츠로 구현할 수 있는 종목은 무궁무진하다. G사는 스크린당구도 차기 서비스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크린낚시에서는 낚은 물고기 크기와 포인트에 따라 선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흥미를 돋우고 있다. 양궁이나 컬링처럼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포츠를 스크린으로 구현한 종목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크린스포츠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김철 한국시뮬레이션스포츠문화협회 사무국장은 “스크린스포츠 종목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필드에서 느낄 수 있는 이상의 재미를 줘야 하고 전체 콘텐츠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스크린스포츠는 대체제가 아닌 보조제”라고 설명했다.
충청=강우성 기자 kws924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