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간 합의 없는 '알고리즘 담합'도 처벌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알고리즘 담합'을 제재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 기업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제품 가격을 비슷하게 올리면 사전에 의사교환·합의가 없었더라도 담합으로 처벌한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구성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위원 다수는 담합 제재와 관련 '동조적 행위(Concerted practice)' 개념 도입에 찬성했다.

공정위가 특위 제안을 반영해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 간 알고리즘 담합 제재 근거가 마련된다.

알고리즘 담합은 기업 간 직접 의사교환·합의 없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상품 가격·공급량 등을 동일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일례로 주유소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알고리즘을 적용, 실시간으로 기름값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업자 간 합의'가 있어야 담합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알고리즘 담합은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공정위는 “알고리즘 담합은 '사업자 간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존재할 수 있어 현행 담합 조항으로는 규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특위는 공정거래법에 동조적 행위 개념을 도입하면 알고리즘 담합 제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동조적 행위는 사업자 간 합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협력·조정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경쟁법에 적용했다. 특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 부당한 공동행위를 '합의하거나' '동조적으로 하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조적 행위 개념을 도입하면 알고리즘 담합 상당 부분이 커버될 것으로 특위는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공정거래법 현대화 차원에서 알고리즘 담합 제재 근거를 마련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작업을 추진하면서 총 17개 과제를 선정했고, 이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쟁법 현대화:알고리즘 담합, 기업결합신고제도 개편'을 포함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신산업 분야 경쟁제한 행위를 감시하겠다”며 대상으로 알고리즘 담합, 데이터 독점을 꼽았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알고리즘 담합 등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른 새로운 형태 담합 규율방안에 대해 국제 법 집행 동향을 파악하고 심층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발의할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아직 변수가 남았다.

공정위는 동조적 행위 개념 도입 등을 포함해 총 17개 과제 대안을 담은 개정안을 하반기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쟁점이 많아 국회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한편 공정거래법 현대화 작업 일환으로 함께 추진 중인 '기업결합신고제도 개편' 방안은 이달 특위 전체회의 등을 거쳐 공개된다. 기업결합 신고기준으로 매출액 외 '거래금액'을 추가할 전망이다.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이 인수할 당시 왓츠앱 매출액이 작아 한국·EU에서 기업결합 신고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사각지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달 중 특위 전체회의가 한 두차례 있을 것”이라며 “특위 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특위가 권고한 모든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