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용 로봇 국제표준서 소외 우려... 참여업체 미미

유니버설로봇 협동로봇 신제품 e-시리즈<전자신문DB>
유니버설로봇 협동로봇 신제품 e-시리즈<전자신문DB>

한국기업이 산업용 로봇 국제표준 개정 과정에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로봇에서 기술 주도권을 놓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각국에서는 세계 로봇·시스템통합(SI)기업뿐 아니라 주요 자동차기업까지 뛰어들며 자사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제표준화기구(ISO) 산업용 로봇 국제표준 개정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한화정밀기계, 현대로보틱스 단 두 곳 뿐이다. 이 두 기업도 지난달에 처음 회의에 참석했다.

현재 논의 중인 국제표준은 산업용 로봇에 대한 안전기준(ISO10218-1)과 산업용 로봇시스템에 대한 안전기준(ISO10218-2)이다. ISO10218-1은 로봇 자체에 대한 안전기준이고 ISO10218-2는 도구·컨베이어벨트 등 산업현장에 로봇을 설치·운용에 요구되는 안전기준이다. 새로운 국제표준은 2020년 확정될 예정이다.

해외 주요기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회의에 참석하며 기준 개정에 자사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를 논의하는 기술위원회 워킹그룹(ISO TC 299 WG3)에는 ABB, 쿠카, 화낙, 야스카와전기, 유니버설로봇 등 주요 산업용 로봇기업이 참여한다. 로크웰 오토메이션, 지멘스 등 자동화 솔루션 기업과 옴론 등 센서기업도 멤버로 가세했다. 로봇 활용도가 높은 토요타, GM, 혼다 등 주요 자동차기업과 구글까지 뛰어들어 향후 국제표준 동향을 파악하고 자사에 유리하게 개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논의가 활발하다.

표준 개정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돼 국내 로봇·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른 나라보다 새 안전조건에 맞춰 개발하고 대응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거나 한국 상황을 표준안에 반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등 실질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국제표준 개정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내용을 다룬다. 이번 개정안에는 협동로봇 안전기준이 대폭 확대·강화될 전망이다. 별도로 존재하던 협동로봇 국제표준과 통합하자는 논의도 제기됐다. 향후 산업용 로봇 시장 신성장동력이 될 '모바일 매니퓰레이터'에 대한 국제표준도 논의되고 있다.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는 사업장에 고정되지 않고 이동하며 로봇팔로 작업하는 로봇이다.

임성수 경희대 교수는 “국제표준은 제품 수출과 직결되는데 단기 성장에 급급해 이를 무시한다면 중장기 매출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로봇기업뿐 아니라 SI, 대형 고객사까지 적극 참여해 산업용 로봇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