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신제품 출시 현장이나 마케팅 행사에 종종 참석하는데요. 최근 들어 참석자 명단에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이름이 많이 보입니다. 인플루언서는 영문으로는 무언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뜻하는데, 최근에는 유튜버 같은 SNS스타들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플루언서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유통시키면서 연예인 셀럽(셀러브리티) 못지 않은 '준셀럽'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는데요. 이러한 모습은 우리 생활 가까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족에게 '캐리와 친구들', '엘리가 간다' 등의 콘텐츠는 공공장소나 야외에서 들뜬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방법 중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인플루언서들이 아이들의 장난감에 대한 사용법이나 놀이방법, 각종 활동 후기를 담아내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죠.
이 밖에도 이들의 일상적인 행동이나 뷰티, 게임, 요리 등 인플루언서마다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를 담은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구독자들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죠.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됨과 더불어 '갓튜브', '갓튜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만큼 더욱 커졌는데요. 전문업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10~40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의 주요 사용앱이 유튜브라는 점과 함께 오는 2020년까지 이 시장은 최대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견될정도로 점점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유통업계서는 타깃층의 제품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도록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홍보와 광고 업계 소식에 따르면 이미 메이저 대행사 안에서도 인플루언서와 소통 및 협업 업무만을 전담하는 팀도 신설되는 곳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드러나는 유통분야는 뷰티(화장품) 쪽입니다. 사실 어떤 제품을 고르고 바르는 방법은, 달리 번역 자막을 달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훨씬 큰데요. ‘이사베’, ‘씬님’ 등과 같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영향력이 상당한 인사가 많은 것도 당연할 것입니다. 이에 유명 뷰티 유튜버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홍보를 의뢰하는 것은 의뢰 비용도 가장 높은 추세입니다.
전자제품 회사들도 게임 분야나 제품 후기로 유명한 유튜버를 통해 제품 노출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를 통한 간접적인 홍보에 그치지 않고, 유튜버와 직접 협업을 이뤄 제품을 출시하는 곳들도 늘고 있습니다. 스타 유튜버들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재생되는 자신의 동영상 재생 수익과 함께 광고수익까지 겸하게 되면서 이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런 사례 또한 마찬가지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화장품 메이커 글로시데이즈는 이사베 추천 아이템 콘셉트로 구성한 ‘이사베박스’를 선보여 출시 5분 만에 전량이 매진되는 완판 기록을 세웠습니다. 또 한 빙과업체에서는 대표 제품명과 동일한 별명을 갖고 있는 스포츠 유튜버와 협업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고요. 백화점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들의 옷들만 모아놓은 편집숍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 MBC는 아예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중계를 하면서 평소 축구 동영상으로 유명한 감스트라는 유튜버를 별도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섭외하기도 했지요.
이렇듯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여러 영역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도 분명한 명암이 존재합니다.
먼저 유명세와 제품력이 매칭되지 않으면 인플루언서도 기업도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실제 최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인플루언서의 추천으로 구매한 화장품을 사용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는 소비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인플루언서 개인이 상품(회사)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과 태도에 따라 제품과 브랜드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또 소속사 개념으로 관리를 받거나, 유명 스타 수준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들과의 작업은 현실적으로 허락된 홍보-마케팅 예산 이상의 비용지출이 발생할 수 있고, 초상권이나 저작권 이슈가 있어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습니다.
모든 마케팅 활동이 그러하듯 인플루언서가 대세라서, 남들이 하니까 무작정 따라 하려는 ‘시류편승’의 유혹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고객과 시장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것은 기업의 본능이지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맡길 때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인플루언서)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만들기 전에 정작 내 기업의 철학을 스스로 정립한 적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필자소개/고현규
현재 트랜드코리아(TREND KOREA)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베이 소싱 에이전시 케이그룹 대표이사다. 이마트 상품 소싱바이어, LG패션 신규사업팀, 이베이 코리아 전략사업팀 등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