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기술 하나를 개발하고,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세부요소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소재와 부품이 어우러져 전체 기술과 제품을 완성한다. ICT 구현에는 기반이 되는 핵심 소재부품 기술 확보가 필수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소재부품 기술 개발이 어렵다. 당장 판매가 가능한 상용화 제품과 달리 단 시간에 경제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이상훈)은 ICT 소재부품기술 개발 분야에서도 굵직한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다. 산하 ICT소재부품연구소(소장 엄낙웅)에서 기업에서 뛰어들기 어려운 소재부품 연구를 도맡아 상용화 성과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ICT소재부품연구소는 첨단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세계를 선도하고 국민 자긍심을 높일 소재부품 기술 연구를 진행한다.
부품에 사람 피부와 같은 감각을 부여하는 '스킨트로닉스' 기술이 대표사례다. 이 기술은 이미 국민에게 친숙한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이 입는 옷이나 로봇 외부에 구현해 거리에 상관없이 외부에서 전달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사람과 같은 피부를 가진 로봇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건강 모니터링 및 재활 기능을 갖춘 헬스케어 시스템도 구현할 수 있다.

연구소가 한창 개발 중인 홀로그램 부품 기술도 향후 세계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소는 현재 홀로그래피 영상 재현에 필수인 '공간광변조기 패널' 기술을 만들고 있다. 1마이크로미터(㎛) 크기 픽셀로 가로세로 3㎝ 크기의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액정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픽셀을 작게 만들어 초고해상도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정지된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지속 연구로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장치를 개발할 방침이다.
연구소는 사회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기반 소재부품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여름철 기승을 부리는 '녹조현상'을 더욱 쉽고 빠르게 분석하는 영상센서 및 예측 모듈을 만들었다. 사람이 직접 시료를 채취해 2주 동안 분석하던 것을 센서 네트워크와 AI로 통합관리 할 수 있게 했다.
해킹 걱정 없는 사회구현을 위한 '무선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도 속속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해킹을 시도하면 데이터 정보가 변형되는 특성을 가진다. 해킹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안전 통신기술이다. 연구소는 올해 100m 떨어진 원거리에 세계 수준의 낮은 오류율로 양자 신호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소는 더 먼 미래에 대비한 도전 역시 준비하고 있다. 사람의 두뇌를 컴퓨터로 모사하는 '뉴로모픽' 부품 구현이 목표다.
이미 '인간 수준 시각지능 프로세서 칩'을 개발했다. 이 프로세서 칩은 미래에 보편화 될 자율주행자동차에서 시각지능을 담당하게 된다.
칩 크기는 손톱만하지만 아홉 개에 달하는 두뇌를 갖춰 사람과 유사한 수준으로 물체를 인지한다. 사람의 뇌 신경망과 같은 인지프로세서로 인지하는 사물이 무엇인지 학습하고 파악한다. 1990년대 외화 시리즈인 '전격Z작전'에 나온 인공지능(AI) 차량 '키트'처럼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용의자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엄낙웅 소장은 연구소의 연구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성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ICT소재부품연구소는 과거 우리나라 고속 성장을 이끈 D램을 비롯해 다양한 성과를 낸 곳”이라며 “새로운 소재부품 개발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기존의 것은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