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뱅크(Nubank)는 브라질 스타트업 중 유니콘 반열에 오른 첫 번째 회사다. 자동차 공유업체로 중국 디디추싱이 투자한 '99'와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기업가치가 10억달러을 넘어선 모바일페이 업체 '페이지스와로'가 있지만 스타트업 상태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것은 누뱅크가 유일하다.
누뱅크는 2013년 상파울루에서 창업했고 2014년 4월 영업을 시작해 4년 만에 유니콘 반열에 오른 핀테크 회사다. 창업자는 누뱅크를 설립할 당시 5년 이내에 100만명 고객 확보를 목표로 시작했다. 4년이 채 안된 올해 초 이미 300만이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
창업가 데이비드 벨레즈는 올해 38세다. 그는 콜롬비아 태생으로 18세에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경영대학에서 MBA를 공부했다. 그는 바로 창업한 것이 아니라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제너럴 아틀란틱스 등과 같은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로 6년 가까이 금융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1년 애플에 100만달러를 초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벤처캐피털 선두주자 '세쿠오이아캐피탈'에서 투자자로 3년간 일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를 갖췄다. 이어 2013년 중남미 지역에서 투자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브라질로 이주했다.
벨레즈 여정을 보면 국제적 경험, 자신이 창업을 하는 산업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 창업 기회를 위한 과감한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다. 미국 금융회사에서 성공적이고 보장된 삶을 버리고 자신이 경쟁력이 있는 시장인 중남미 지역으로 돌아가는 결단을 보여줬다.
누뱅크 초기 투자는 본인이 일했던 세쿠오이아캐피탈과 카스젝벤쳐스에 의해 200만달러가 투여됐다. 누뱅크 성장을 신뢰한 이들 투자 회사는 다음 해 1500만달러 후속투자에 이어 매년 더 많은 액수 투자를 하고 있다.
브라질 기존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들은 대형 업체이고 견고한 지위를 갖고 있다. 누뱅크는 어떤 혁신으로 브라질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디지털' 그리고 '모바일'이라는 무기로 승부하고 있는 전형적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점을 갖지 않고 클라우드로 전산시스템을 구현한다. 기존 은행에 비해 20~40% 자금 투자로 시작할 수 있다. 매출액 대비 IT 운영비용과 감가상각을 합한 원가 비중이 기존 은행 경우 35~45%인 반면, 디지털 은행은 20%에 불과하다. 이러한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누뱅크는 철저하게 인터넷 전문은행과 모바일을 통한 신용카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누뱅크 신용카드는 가입비나 연회비가 전혀 없다. 기존 은행보다 저렴한 이자로 고객을 유혹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정부에서 두 개의 인터넷은행이 탄생했다. 하지만 은행법의 과도한 기본 자본 요구로 인해 결국은 금융사와 대기업 컨소시엄만이 은행업을 인가 받았다. 스타트업에 의한 도전으로 볼 수 없다. 즉, 33살 외국인 젊은이가 와서 창업할 수 있는 브라질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금융 고객 정보는 회사 밖에 저장할 수 없다.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외국의 디지털 은행처럼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 기존 은행과 동일한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자체 운영한다. 지점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원가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그 결과 은행의 메기 역할을 기대한 우리의 인터넷 전문은행은 메기는 커녕 미꾸라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는 지경이다. 유니콘 기업은 관치 금융 아래서는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이 누뱅크와 우리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보여주는 극명한 대비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