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 등 해외기업 개인정보 수집행태 조사와 관련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해외는 신속하게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당 법이 정한 최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적극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정부가 과연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영국 정부는 이용자 수천만명 개인 정보를 유출한 페이스북에 대해 '유죄'라고 결론 내렸다. 올해 3월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유출 사태가 불거진 후 불과 4개월 만이다. 영국의회 정보위원회(ICO)는 11일 “페이스북이 퀴즈 앱을 개발한 사람에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해 최대 8700만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98년 제정된 데이터보호법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법이 정한 최고 벌금인 50만파운드(약 7억원)를 부과했다. 그동안 페이스북 측은 “개인정보 유출 부분은 인정하지만 유출 사실을 발견한 뒤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반발해 왔다.
우리는 정반대 양상이다. 조사 자체가 수개월째 답보 상태다. 조사에 필요한 기본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다. 방통위가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답변 자료도 받지 못했다. 답변을 고의로 늦춘다는 인상이 짙지만 페이스북 측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페이스북 측은 한국지사에서 확인할 정보나 자료가 없고 본사 확인과정을 거쳐야 하며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더구나 수집된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됐다면 정보 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이다. 본사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사각지대로 방치한다면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과도한 규제로 사업에 영향을 받는 국내업체를 역차별하는 행위다. 방통위는 좀 더 엄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국내는 해외기업 비즈니스 무대가 된 지 오래다. 제2, 제3 페이스북 사태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