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증권사 사장단과의 첫 만남에서 최근 연달아 터진 증권업계의 내부통제 사고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로 인해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며 무너진 내부통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증권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배당오류로 인한 대규모 허위주식 거래나 공매도 주식에 대한 결제불이행 사태 등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내부통제 문제의 본질적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삼성증권은 112조원대 유령주식 배당사고를 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 5월 60억원어치 공매도 주문에 대한 결제를 불이행했다. 두 회사 모두 금융당국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내부통제 시스템 사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감독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윤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일반투자자와 스타트업, 취업준비생, 증권사 직원 등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며 일반 국민이 자본시장에 바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프로모션 상품 권유 등 판매사 편의만을 위한 영업 행위가 아니라 고객 이익을 우선하고, 증권사 내부통제를 사후감시가 아닌 사전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윤 원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청년일자리 창출도 촉구했다. 그는 “금융업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은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서비스 등장이 일자리를 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심각하게 제기된다”면서 “디지털 금융전문가의 채용과 육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우발채무 현실화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을 당부했다. 윤 원장은 “국내에는 자금이 없어 창업 후 3년 이내에 도산하는 기업 비율이 62%에 이른다”며 “자본시장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 원장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한 32개 증권사 대표가 참석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은 참석하지 않았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해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