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이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부담을 두고 양측이 대립각을 세웠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쇼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속도조절'을 주장하는 경영계 목소리가 높아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최저임금 불복종' 등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한계 상황에 도달한 만큼, 더 오르면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없다는 게 연합회 입장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도 이날 단체행동에 나섰다. 전국편의점가맹협협회는 5만여 브랜드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과 2만여개 편의점 등 7만개 편의점을 위한 정부 정책 등을 요구했다. 관련 호소문과 현수막 등을 내걸고 전국 동시 휴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경영계는 지난 10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는 방안이 부결된 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최저임금위에서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 9명은 당시 전원회의에서 집단 퇴장했고 11일 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최저임금위 불참 입장을 유지했다. 최저임금위가 설정한 최종 시한은 14일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오른 탓에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인건비 부담은 심각하다는 게 경영계 판단이다. 소상공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도 낮춰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 수준에 머무르는 등 '고용쇼크' 현상이 나타난 데에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향을 줬다는 판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이날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시장을 보면서 신축적으로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경영계와는 달리, 노동계는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해법을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아닌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자위원은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의 핵심이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있다며 이를 해소할 구조적 개혁을 촉구했다.
노·사 논쟁은 오는 13일 열릴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는 13일 전원회의부터 노·사 양측의 내년도 최저임금 수정안을 제출받아 격차를 좁혀나갈 예정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790원을, 경영계는 7530원(동결)을 제시한 상태다.
사용자위원이 전원회의에 계속 불참하면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여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임위 의결조건은 재적위원 과반수(14명)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8명)가 찬성이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각 3분의 1(3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는 과반수만 출석하면 의결정족수는 충족한다. 이에 따라 13일 열리는 14차 전원회의부터는 사용자위원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할 수 있다. 공익위원이 수정안을 마련해 논의한 뒤 합의되지 않으면 표결로 정한다.
사용자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불참한 쪽도, 최저임금위도 모두 부담스럽다. 공익위원 '노동계 편향' 지적과 고용쇼크를 외면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위가 결정 시한 이후 재회의를 열어 협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30년간 노·사·공익위원 3자간 합의 또는 만장일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7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근로자 혹은 사용자측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적인 표결로 처리됐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