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전용펀드 설정액이 반년 만에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말 설정액 6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상반기 8조원을 넘어섰다.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른 자산운용사의 온라인전용펀드 신규 설정 펀드 증가에 저렴한 수수료가 규모 증가를 견인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으로 온라인전용펀드 설정액 규모는 8조21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설정액 6조822억원 대비 2조1375억원 급증했다. 6개월만에 35.14% 증가했다.
그간 온라인전용펀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15년 6조원까지 늘었던 온라인펀드는 2016년말 5조70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2013년 설정액 2조3000억원에서 3년여간 2배 안팎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전용펀드 증가세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온라인 펀드 판매 행정지도'가 결정적 영향을 줬다.
금융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운용사에게 공모 개방형 증권펀드를 신규 설정하기 위해 반드시 온라인전용펀드를 함께 설정하도록 했다.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에서 창구판매용 펀드를 판매하는 경우 반드시 온라인 채널에서도 온라인전용펀드를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전용펀드는 창구판매용펀드에 비해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가 저렴하다. 2016년말 기준으로 창구판매용펀드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는 각각 0.93%, 0.63%인 반면에 온라인전용펀드는 0.53%, 0.31%로 절반 수준이다.
당국의 행정지도 이후 온라인전용펀드 신규 설정도 급증했다. 행정지도 시행 직전인 2016년 6월말 3399개였던 온라인전용펀드는 지난 6월말 현재 5688개로 늘었다. 저렴한 판매수수료와 선택폭 증가 등이 투자자 선택 폭을 크게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간 온라인전용펀드 판매는 은행과 증권사의 소극적 판매 관행으로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은행지주 등 계열 자산운용사를 보유한 판매지점이 자사 펀드를 우선 판매하는 등 행위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전용펀드 판매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스마트 인베스터'가 많이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기존 창구를 찾지 않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마치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행태가 금융투자상품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6개월간 온라인전용펀드가 2조원 넘게 증가하는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펀드는 중소형 운용사가 운용하는 고위험 상품 또는 단기상품이었다.
특히 NH아문디자산운용의 2배 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의 설정액은 Ce클래스와 Ae클래스 각각 3170억원, 1576억원으로 온라인전용펀드 가운데 1번째와 3번째로 많이 판매됐다. 유진자산운용의 단기채증권펀드도 1859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은 설정액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전용펀드 투자자는 대부분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입소문이 난 펀드를 찾는 경향이 크다”며 “NH아문디는 중소형사 이지만 가장 먼저 해당 상품을 출시해 해당 펀드에서는 가장 유명하다”고 말했다.
최근 연금펀드 시장 확대도 온라인전용펀드 설정액 확대에 영향을 줬다. 실제 올해 상반기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연금펀드 투자자산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금을 굴리는 입장에서도 온라인전용펀드가 늘면서 창구판매용 펀드보다는 온라인펀드를 담는 것이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표> 온라인전용펀드 설정액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표> 온라인전용펀드 설정액 상위 펀드 목록 (7월 9일 기준)
자료:금융투자협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