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세계를 놀라게 한 폭우 피해가 있었다. '방재 선진국'으로 이름 높던 일본이 비 피해로 국가재난 급 피해를 입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째 이어진 폭우로 전례 없이 많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지난 12일 전역에서 수습한 사망자가 200명에 달하고 실종자도 63명이나 된다고 보도했다. 인명피해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자위대 및 경찰 7만5000명, 헬리콥터 83대가 탐색·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피해가 확산된 것은 그만큼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세달 동안 내릴 비가 단 삼일동안 내렸다. 일본 내 집중호우는 주로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내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처럼 광범위한 지역에 며칠 째 비가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수했던 장마전선이 피해를 증폭시켰다. 장마전선이 일본 큐슈부터 본토까지 길게 형성된 가운데 아래와 위로 고기압이 자리를 잡아 전선을 정체시켰다. 여기에 최근 도래한 8호 태풍 마리아가 뜨거운 수증기를 공급해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만이 참사가 일어난 원인은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히 장마전선이나 태풍 영향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1975~1985년과 최근 10년을 비교했을 때 시간당 50㎜ 폭우가 40% 가까이 , 80㎜ 이상은 6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외에 전 세계에서도 폭우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터키에서는 9일 폭우와 산사태로 열차가 탈선해 사망자 11명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태국에서는 축구팀 소년 12명이 폭우로 탐루엉 동굴에 고립되는 사고가 있었다. 17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가 이뤄져 미담으로 남았지만 자칫 큰 참사가 될 뻔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폭우가 이어져 적지 않은 피해를 낳았다.
과학자들은 이전보다 폭우가 많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것은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가 세계 전역에서 폭우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물 증발량을 대폭 늘린다. 해수 온도를 올려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내포하게 해 폭우 증가 원인이라는 혐의점을 벗어나기 어렵다. 늘어난 수증기는 결국 더 많은 비로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원인도 된다. 불안정한 대기 상태는 폭우가 내리기 쉬운 기상 조건을 만든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더 강한 힘을 갖게 만드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모리타 오사무 일본후쿠오카대 기상학과 객원교수는 “기온상승으로 공기 중에 축적된 수증기 양이 많아졌다”며 “대기 상태가 불안정해 폭우가 내리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우주에서 지구로 유입되는 우주선(Cosmic rays)의 영향으로 폭우 발생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우주선은 초신성폭발과 같은 우주 사건으로 생겨 지구로 들어오는 방사선이다.
우주선이 폭우 증가 원인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구름씨앗' 생성과 깊은 관련성을 가진다. 우주선은 대기 속 물방울에 충돌해 전자가 떨어져 나가 이온화 된 물방울을 만든다. 이 이온화 된 물방물은 주변 물방울을 잡아 당겨 구름을 만드는 씨앗이 된다.
우주선은 이전보다 많이 지구에 도달하고 있다. 태양 자기장과 태양풍이 우주선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 태양 활동이 줄어드는 극소기를 맞아 지구로 유입되는 우주선량도 많아지고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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