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로 시작한 2019년 국가R&D 예산 논의...R&D 예산 설정 개편 목소리 높아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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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전년 대비 4000억원을 삭감한 초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혁신성장을 경제정책 한 축으로 삼았지만 예산만 놓고 보면 홀대론을 자초했다. 국정 과제 이행으로 당장 예산 집행이 대폭 늘어나야 하는 현실도 외면했다.

부처 간 예산 조정 작업이 원활치 않은 난맥도 드러냈다. 기재부가 쥐고 있는 R&D 예산 총 지출한도(실링) 설정 권한을 R&D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혁신본부와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15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는 내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총 예산을 올해 대비 4000억원 삭감하기로 하고 지난 4월 이 같은 안을 각 부처에 전달했다. 이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자원통상자원부 등 주요 R&D 예산 집행 부처와 논의 끝에 올해와 비슷한 15조8000억원 규모로 맞춰 지난달 말 국가과기자문회의 심의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예산 대비 95억원(0.06%) 늘어난 것으로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기초연구비 인상, 혁신성장 분야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세웠다.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해서는 R&D 분야에 뭉칫돈을 쏟아야 한다. 기재부의 관련 예산 축소 시도는 문 정부 정책기조와 어긋난다는 것이 과기계 시선이다. R&D 투자를 확대하고 단기간 성과 보다는 긴 호흡으로 기초과학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 계획과 궤가 맞지 않는다. 혁신 성장을 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내세우면서도 재원 투입에 인색한 모양새다.

과기계 관계자는 “예산 증가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축소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복지 예산 증가로 재정 지출에 압박을 받고 있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R&D 사업에 과감하게 예산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기재부가 실링 설정 권한을 쥐고 있는 현 R&D 예산 편성 방식으로는 효율적 배분, 조정이 쉽지 않다. 기재부는 각 부처로부터 R&D 사업 필요 예산 내역을 받고 이를 기반으로 부처별 실링을 설정, 다시 부처로 내려 보낸다. 일몰 사업 외에도 예산, 사업방향을 조정해야 하는 사업이 많지만 이미 실링이 정해진 상황에서는 조정이 쉽지 않다.

기재부, 과기혁신본부의 R&D 실링 공동 설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다. 지난해 과기혁신본부 출범 당시 공동 설정 권한 확보를 추진했으나 마지막 국회 처리과정에서 무산됐다.

R&D 전문성을 보유한 과기혁신본부가 실링 설정부터 참여하면 재원을 효율적이고 현실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각 부처 R&D 사업에 대한 필요성, 개선 방향을 고려한 예산 설정이 가능하다. 급격한 R&D 예산 증가 등 우려 사항은 기재부가 견제하면 된다.

과기계는 “과기혁신본부가 보유한 R&D 전문성이 실링 설정에 반영돼야 한다”면서 “R&D 예산 확대 차원을 넘어 세밀한 예산 조정, 배분 작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R&D 실링 설정 시 과기혁신본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이 있다”면서 “과기혁신본부와 일정 부분 공동으로 설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