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 곁에 제갈량과 같은 유능한 책사가 있어 어려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많은 창업가가 자신에게도 제갈량과 같이 값진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고자 태동한 것이 바로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다.
엑셀러레이터는 쉽게 말해 창업 초기 과정을 조력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적합한 스타트업을 선별하여 해당 기업가가 초기 난관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성장을 가속화할(accelerating) 수 있도록 투자, 교육,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민간 전문기관 또는 기업을 말한다.
엑셀러레이터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라는 전설적인 엑셀러레이터가 성과를 내면서부터다. 와이콤비네이터는 2005년 컴퓨터 해커로 유명한 폴 그레이헴에 의해 설립되었다. 지난 10년간 500개가 넘는 벤처기업을 지원했다. 이들 500여개 기업의 평균가치는 4500만달러에 달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시가 총액이 수십조에 달하는 에어비엔비, 드롭박스 역시 와이콤비네이터가 배출한 기업이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엑셀러레이터라는 사업모델이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많은 사람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현재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벤처·창업이 활성화된 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2000개 이상의 엑셀러레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ICT 기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교육, 에너지, 기업솔루션,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창업자 교육, 전문적 조언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획일적인 것은 아니며, 국가별로도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에는 민간이 주도하여 전개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정부 주도, 핀란드는 대학 주도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엑셀러레이터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자신들이 지원할 스타트업을 공모 절차를 거쳐 모집하고, 이를 통해 선발된 기업에게 선배 창업자, 투자자, 법률 및 행정 전문가 등과 함께 전문적인 교육을 수행하고 사업계획서 작성, 투자 유치 등을 집중 지원한다. 업계 전문가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네트워킹을 구축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보육 기간을 통해서 준비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데모데이를 진행하여,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탈 등 투자를 유치한다.
최근에는 유력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거나 언론 등으로부터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은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점차 커져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현재 엑셀러레이터에 대한 선형 연구 결과를 보면, 엑셀러레이터는 창업기업 생존율을 10~15% 정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탈 자금의 회수 기간을 보다 짧게 줄이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개정하여 엑셀러레이터에 법적 지위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관련 육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0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프라이머를 시작으로 하여, 민간, 정부, 대학 등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엑셀러레이터가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롯데, 한화 등 대기업도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해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지금 혼자 뛰어 넘기 어려운 난관에 직면한 창업가가 있다면 엑셀러레이터 도움도 한번쯤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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