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가 대한민국을 바꾼다]나노기술이 바꾸는 미래

'아침에 일어나자 인공지능(AI) 비서가 오늘의 일정을 안내해주고 날씨에 맞는 의상을 추천해준다. 어린 시절 봤던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가 이제는 휴대폰처럼 대중화됐다. 도로에는 예전처럼 매연을 내뿜는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찾아볼 수 없다. 5분만 충전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충전이나 주행거리에 대한 걱정은 잊은 지 오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 중순이지만 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해주는 스마트웨어 덕분에 땀이 흐르지 않는다. 옷 속에는 자유롭게 휘어지는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하는데 폭발 위험이 전혀 없어 안심하고 입을 수 있다. 이번 여름에는 바빠서 휴가를 가지 못할 것 같다. 대신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 기기로 가고 싶은 여행지에 가서 현지 음식을 가상으로 맛볼 수 있어 아쉽지 않다.

얼마 전 이사 온 신도시에는 발전소가 없다. 대신 집집마다 창문에 태양전지가 있어 낮 시간 동안 자가발전을 하는 에너지자립형 주택이 들어서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각 집에는 정수 시설도 있어서 쓰고 난 물을 다시 사용한다.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공기청정기 성능도 크게 좋아져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게 됐다. 택배는 모두 무인드론이 배달하는데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해 요즘 드론은 충전도 필요 없다고 한다.

이제 100세 시대는 기본이다. 질병을 예방하는 나노백신과 나노이미징 치료가 보편화됐다. 얼마 전 어머니는 신장이 좋지 않으셔서 인공장기 이식 수술을 받으셨다. 아버지는 혈압이 높고 당뇨가 있으신데 몸에 부착된 센서가 각종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경고를 주기 때문에 예전처럼 매일 혈압을 재고 채혈을 하지 않아도 된다.

TV를 켜니 우주여행 상품 광고가 나온다. 우주에서는 나노캡슐 한 알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태풍 때문에 홍수가 난 지역에 초경량 나노센서를 탑재한 마이크로봇이 조난자를 신속하게 찾아내 화제가 됐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2028년에 구현될 것으로 전망되는 사회의 모습이다. 공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니다. 모두 현재의 나노기술(NT)을 기반으로 10년 후 구현할 수 있을 만한 기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10-9)미터 크기를 얘기한다.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크기다. 기술적인 의미에서 나노기술이란 나노미터 크기 작은 단위에서 물질을 분석하고 조작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나노기술이 가지는 의미는 더 크다. 나노 물질은 큰 단위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강도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도 하고 색이 변하기도 하며 내열성이 강해지고 항균 특성을 갖기도 한다. 이 때문에 특별한 기능을 가지는 신소재와 첨단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해준다. 기본적으로는 극소형화 기술이기 때문에 고집적화, 고속화, 경량화 추구가 가능하다.

또 유기화학, 의학, 전자공학, 생물학, 물리학, 생명공학부터 제조, 바이오·의료, 환경·에너지, 항공·우주, 국방, 소비자 제품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융합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과학기술로 꼽힌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