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탈원전과 에너지전환 논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해외사례는 독일이다. 독일은 올해 기준 신재생에너지 전체 발전량 비중 38%를 기록, 당초 목표(2020년 35%)를 조기 달성했다. 최근에는 신재생 발전량 목표를 2030년까지 65%, 2050년까지 80%로 상향조정했다.
2030년까지 20% 목표를 세운 우리나라 입장에선 벤치마킹 모델로 삼을만하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최근 들어 독일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에너지전환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산업경쟁력, 에너지 관련 기술 수준 등을 볼 때 독일은 우리나라의 좋은 본보기 사례다. 독일이 재생에너지법을 도입하고 정부 지원 아래 관련 사업을 펼쳤던 2000년에 비해 신재생 시장이 커지고 효율도 좋아진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무턱대고 독일식 모델을 따르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변수는 전기요금에 대한 인식 차이이다. 독일이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수급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원동력은 탈원전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였다. 독일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20년이 넘는 논의를 거쳤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과 사회 전반에 걸쳐 전기요금 인식이 경직됐다. 인상에 대한 거부감은 물론 원가에 따른 변동에도 익숙하지 않다. 지역과 소비자별로 각기 다른 요금을 내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휘발유·경유는 주유소마다 가격 차이가 있고, 도시가스요금도 지역별로 다르지만 유독 전기요금은 계속 같아야 한다는 게 일반 인식이다. 정부가 가격을 강제한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누적됐다.
독일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지속 상승했다. 2015년 일시 감소했으나 이는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일부 축소된 결과였다. 이후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증가하면서, 전기요금은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 경매제도 도입해 도매가격이 하락함에도 전기요금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독일을 '재생에너지 3020' 벤치마킹 모델로 삼으려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대응방안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독일을 벤치마킹하면 전기요금을 둘러싼 사회 갈등을 키우고, 에너지 수급에서도 어려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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