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종량세' 전환, 수입맥주 더 싸진다…'4캔 1만원' 행사 지속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 DB.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 DB.

정부의 맥주 과세체계 개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 반발이 나타나는 가운데 국내 생산 업체와 수입 업체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유관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맥주의 출고(국산 맥주)나 신고(수입 맥주)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 방식을 국산 맥주나 수입 맥주 모두 용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앞서 국세청도 기재부에 이 같은 내용의 세제 개편을 건의한 상태다. 맥주 주세는 종량세 전환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이가 최대 20~3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ℓ당 840~86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안대로 종량세가 시행될 경우 대다수 프리미엄 수입맥주와 수제맥주의 가격이 지금보다 최대 절반가격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 품목별 국가별 수출입 실적을 근거로 현재 국내 수입맥주 주세는 국가별로 ℓ당 그리스 6694원, 영국 1835원, 아일랜드 1307원, 일본과 프랑스는 각각 1009원, 1017원이다. ℓ당 평균 주세액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 9563원이며 중국(685원)과 미국(623원), 벨기에(533원), 독일(638원) 등은 검토되고 있는 안보다 낮다.

이들 맥주는 주세 체계가 종량세로 개편될 경우 850원보다 낮은 주세였던 나라의 맥주는 평균 16~59% 주세부담이 커지지만 높은 나라의 경우 최대 91%에서 최저 7.12%까지 떨어질 수 있다.

수입맥주의 묶음 형태 할인 판매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세제 개편 이후에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는 더 활기를 띨 것으로 점쳐진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경우 높은 할인률로 인기를 끌고 있는 수입맥주 할인행사를 중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500ml캔당 1000원 초반에 판매되는 저가 수입맥주들은 주세 부담이 낮았던 만큼 가격이 대폭 인상돼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비싼 가격으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수제맥주도 종량세 개편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로 인해 소비자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주세법 체계로 기형적 구조가 생겨나고 있으므로 종량세를 도입해 수제 맥주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외맥주 수입업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종량세 개편은 소비자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며 “종량세로 바뀌면 수출 원가와 관계 없이 ℓ당 세금이 같아 일부 해외 공급자가 원가를 올릴 수 있고, 원가 상승은 소비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5일 2018년도 세법개정안 발표 전까지 맥주 종량세 전환 여부를 결론 지을 계획이다.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경우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맥주 종량세 전환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