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늘어가는 '거래소 코인' 논란...정체 빠진 거래소 '돌파구vs다단계'

국내 신규 암호화폐거래소를 중심으로 자체 코인(토큰)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후발 주자임에도 트레이딩 마이닝(매매 채굴) 적용으로 세계 최대 거래소가 된 에프코인 모델을 차용했다. 신속한 점유율 확대가 목적이다. 코인베네와 비트지 등 해외 대형 거래소도 자체 토큰 발행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공식 오픈한 코인제스트와 이달 초 문을 연 보라빛(뱅코) 등 일부 신규 암호화폐거래소가 자체 발행 토큰으로 이용자 모집에 나섰다. 이달 중 오픈 예정인 넥시빗 역시 거래를 통해 채굴되는 자체 채굴형 토큰을 발행할 예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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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가 발행하는 자체 코인은 주로 이용자 수수료 할인이나 암호화폐 신규 상장 이벤트 시 에어드롭으로 나눠주는 마일리지 성격을 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거래와 연동해 채굴이 이뤄지고 거래소가 얻는 수수료 수익을 코인 보유량에 따라 분배하는 트레이딩 마이닝도 각광받는다.

에프코인은 트레이딩 마이닝으로 단기간 성과를 낸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다. 5월 설립 후 두달도 안 돼 글로벌 대형 거래소를 제치고 거래량 1위 자리에 올랐다. 현시간 코인마켓캡 기준 일 거래양 4조원에 달한다.

에프코인 회원이 암호화폐를 매매할 때마다 에프코인 자체 플랫폼 토큰 FT가 발행된다. 이용자는 거래 수수료 전부나 일부를 FT로 돌려받는다. 거래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록 FT 토큰도 많이 확보하는 구조다. 총 100억개가 발행되면 51%는 매매 수수료 환급으로 이용자에게 분배된다. 분배가 종료된 이후 에프코인이 얻은 거래소 수수료 80%는 FT 보유량에 따라 이용자에게 각 암호화폐로 배당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에게 코인 투자에 따른 차익 실현뿐 아니라 거래 참여로 인한 배당 수익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에프코인 급성장 이후 같은 중국계 거래소인 비트지와 코인베네도 트레이딩 마이닝 모델을 적용, 거래량을 늘렸다. 오케이엑스와 바이낸스 등도 트레이딩 마이닝에 기반을 둔 마이닝 거래소 육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딩 마이닝 방식에 대한 우려 시각도 적지 않다. 높은 배당률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초반에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토큰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에프코인의 FT도 한 때 1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으나 현재 0.23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폰지(다단계)와 다름없는 구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킹으로 수백억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 코인레일이 피해 보상 방안으로 자체 코인 발행 카드를 꺼내든 점도 국내에서 부정적 시각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빗썸, 코인원 등 국내 대형 거래소 역시 자체 코인 발행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올해 4월 빗썸은 자체 코인 발행을 추진한 바 있으나 브로커 개입 등 부작용이 우려돼 전면 철회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