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리포트]1인 가전, 이 시대 싱글이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하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7.2%(4인 가구 18.7%, 3인 가구 21.5%, 2인 가구 26.1%)로 다른 가구와 비교해 가장 흔한 유형으로 나타났다. 1990년 9%에서 급격히 증가하며,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추세를 반영하면 2035년에는 우리나라 국민 셋 중 하나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미래소비지형은 지금보다 더 강한 솔로이코노미 중심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이런 움직임은 전자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은 혁신 속도가 빠른 편으로, 이는 의식주를 제외하고 생활양식에 밀접하게 관여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도 흔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전업계는 커지고 있는 1인 가구에 대비해 참신하게 기획한 1인 가전을 여럿 선보였다. 주로 원룸에 생활하는 1인 가정을 고려해 초기에는 주로 소형화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융복합 가전' 또는 IoT 기반으로 연결성과 확장성을 선보이는 단계로 넘어가는 추세다. 아울러 AI 발달은 앞으로 싱글슈머 시장 소비 경향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가전 '소형화'와 '융복합'을 촉진하는 미니멀리즘

싱글슈머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기업이 융·복합 가전을 연구하도록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소비 욕구를 절제하는 데서 기인하는 현상이 아니다. 이는 현시대 기술혁신과 연계한 복합 현상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등장처럼 말이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정보 플랫폼에 쉽게 다가가 기존 TV나 PC로 얻을 수 있었던 지식까지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했다. 이동식 전화기 틀에서 벗어난 융·복합 전자기기에 소비자는 열광했고, 일부는 TV와 컴퓨터를 포함한 주요 가전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대체하려 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공간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두루 갖춘 제품을 선보여야만 했으며, 그 양상은 최소 두 가지 이상 기능이 결합한 융·복합 가전으로 이어졌다.

가습기와 공기청정 기능을 융합한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 6000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가습기와 공기청정 기능을 융합한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 6000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싱글라이프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융·복합 가전은 불필요한 과잉스펙을 줄이고 실속을 챙겼다.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이와 무관치 않다.

IoT를 탑재한 공기청정 에어컨 LG 휘센 벽걸이 인버터 에어컨 [사진=LG전자홈페이지캡처]
IoT를 탑재한 공기청정 에어컨 LG 휘센 벽걸이 인버터 에어컨 [사진=LG전자홈페이지캡처]

냉방기기로만 인식하던 에어컨 개념을 공기청정기, 제습기, 난방기가 융합된 기기로 재해석하게 된 것 역시 이와 상통한다. 이제 단순히 온도만 낮추는 에어컨은 제값을 받기 어렵다. 흔한 선풍기라도 공기청정 기능처럼 선풍기와 구분되는 특별한 가치를 물건에 더하지 않는 한 기업은 높은 가격을 제시할 합리적 근거를 고민해야 한다.

선풍기와 공기청정 기능을 융합한 다이슨 퓨어쿨 공기청정기 [사진=다이슨퓨어클공기청정기광고영상캡처]
선풍기와 공기청정 기능을 융합한 다이슨 퓨어쿨 공기청정기 [사진=다이슨퓨어클공기청정기광고영상캡처]

청소기도 융·복합 가전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선청소기나 로봇청소기를 선보이는 것이 가전 분야 최고 연구개발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둘이 하나가 되고 있다. 이미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청소기 중에는 소형 '무선 핸디 청소기'에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결합·분리해 사용하는 조합형 형태도 존재한다.

무선청소기와 로봇청소기가 융합한 파인로보틱스의 센스봇 [사진=파인로보틱스홈페이지캡처]
무선청소기와 로봇청소기가 융합한 파인로보틱스의 센스봇 [사진=파인로보틱스홈페이지캡처]

◇'소확행' 작은 사치…업소용 제품도 '1인 가전화'

2014년 9월 발행된 LG경제연구원 보고서 '절제된 소비의 작은 탈출구, '작은 사치'가 늘고 있다'는 경제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과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소비 품목을 집중 조명했다. 보고서는 소비자가 과도한 소비 절제로 인한 피로를 해소하고자 '현실적 제약에 대한 타협점으로 '작은 사치'를 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저자 황혜정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작은 사치는 소확행과 비슷한 개념이며 훨씬 소비에 가까운 개념”이라면서 “현재 소확행이 작은 사치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이라고 소확행과 작은 사치의 깊은 연관성을 시사했다.

LG전자의 소형 와인 저장고 와인셀러 미니 [사진=LG전자홈페이지]
LG전자의 소형 와인 저장고 와인셀러 미니 [사진=LG전자홈페이지]

싱글슈머의 작은 사치는 이전에 없던 파생수요도 발생시켜 본래 가전 외 제품 가전화를 촉진하기도 하는데, 커피와 와인이 꼭 그렇다. 커피와 와인 애호가 증가는 매장에서나 보던 커피메이커와 와인셀러까지 '1인 가전화'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한 때 업소용으로 최대 100병 가까이 보관하던 대형 와인셀러는 이제 원룸 한쪽에 자리할 정도로 작아졌다.

◇바쁜 일상 속 여가 확보 노력 '워라밸'

소확행은 재충전을 위한 여가 마련에도 적용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로 표현되는 소확행의 이면에는 생활 질 개선으로 주목받는 가전제품이 해결책으로 나오거나 싱글슈머 현실을 고려한 건강 가전 형태로 제안되기도 한다.

SK매직의 식기세척기 [사진=SK매직홈페이지캡처]
SK매직의 식기세척기 [사진=SK매직홈페이지캡처]

생활 질 개선에는 식기세척기가 매력적 선택이다. 개인 여가를 확실히 확보할 수 있어서다. 기존 두 시간 걸리던 세탁도 15분 안에 마무리할 수 있는 세탁기 역시 싱글슈머 워라밸을 보장한다. 여기에 어느 제품이든 언제 어디서든 조작 가능한 IoT 기능까지 더해진다면 바쁜 싱글슈머 이동성까지 보장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2018 상해가전박람회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대우전자의 벽걸이 세탁기 미니(mini)는 15분 쾌속 세척이 가능하며, 최신 모델은 IoT 기능이 제공된다. [사진=대우전자홈페이지]
2018 상해가전박람회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대우전자의 벽걸이 세탁기 미니(mini)는 15분 쾌속 세척이 가능하며, 최신 모델은 IoT 기능이 제공된다. [사진=대우전자홈페이지]

워라밸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건강관리는 의료기기 가전화를 촉진하기도 했다. 한 국제의료기기박람회(KIMES) 사무국 관계자는 “'피부미용 및 건강관련기기' 분야 전시품 출품 비중이 매년 급증하는 추세며, 가장 핫한 시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병원 의료기기 일색이었지만 어느덧 △안마기 △좌욕기 △안마 베개 등과 같은 건강 가전 위주 B2C 제품을 더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정제형이 출시한 눈 안마기 아이오 [사진=코지마홈페이지캡처]
복정제형이 출시한 눈 안마기 아이오 [사진=코지마홈페이지캡처]
LG전자에서 출시한 피부 미용기기 프라엘 더마LED 마스크 [사진=LG전자홈페이지]
LG전자에서 출시한 피부 미용기기 프라엘 더마LED 마스크 [사진=LG전자홈페이지]

'눈 안마기'는 스마트폰에 노출된 현대인 눈 건강을 고려한 건강 가전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병원에서나 볼 수 있던 적외선 조사기 또한 피로 해소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용 관련 전자기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건강과 결합한 콘셉트로 여성 싱글슈머를 공략 중이다. 해외에선 블루라이트로 인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수면을 유도하는 LED 고글도 등장했다.

건강한 수면을 유도하는 LED고글 페가시(Pegacy) [사진=킥스타터페가시캠페인캡처]
건강한 수면을 유도하는 LED고글 페가시(Pegacy) [사진=킥스타터페가시캠페인캡처]

◇'워라밸'과 '소확행'에서 발견하는 '외로움'

워라밸과 소확행은 구매력을 갖춘 경제주체인 30대와 연관 있다. 이 키워드가 현대 젊은이가 추구하는 주요 가치관으로 자리 잡은 사실을 유추해보면 그만큼 젊은 세대가 심각한 개인 소외와 함께 인간과 인생 가치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음을 알 게 된다. 이런 고민에서 1인 가전이 추구하는 방향이 종국에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싱글슈머의 외로운 감성을 자극했던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사진=SK텔레콤누구광고영상캡처]
싱글슈머의 외로운 감성을 자극했던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사진=SK텔레콤누구광고영상캡처]

AI 전문가인 엑셈 아카데미 최영수 이사는 “AI 지성이 인간 지성을 앞지르는 특이점에 가까워진다면 홀로그램 기술로 사용자가 원하는 인격을 순간적으로 구현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다중인격 AI(가칭)'가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서 “이미 국내에도 상당 수준 개발이 진행된 상태”라고 예고했다. 홀로그램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구 또는 헤어진 애인을 만나 언제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초식남의 감성을 터치한 가상 아내 게이트박스 사진=게이트박스
일본 초식남의 감성을 터치한 가상 아내 게이트박스 사진=게이트박스

이렇듯 AI는 싱글슈머 외로움까지 달래줄 전망이다. 편리하고 이상적인 미래일지 모르나 외로움을 달래는 상품개발이 정말 옳은 방향일지에 대해서는 업계 수준 높은 고찰도 필요해 보인다. '총 쏘는 드론'처럼 편리함을 위해 만든 기술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활용된 사례는 많기 때문이다. 1인 가정이 앞으로 더 늘어나는 만큼 기업은 “싱글슈머가 갖는 외로움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함께 사회적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공통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