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오는 26일 청에서 부로 승격한 지 1주년을 맞는다.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중심 경제 전환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유일 신생 부처다.
일주일에 1개 이상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했다. 분야별 경청투어 등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낮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핵심 현안에서 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듣는다. 위상은 올랐지만 현장 기대감은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중기부는 23일 출범 1년 성과로 관계 부처 협업의 64개 정책 904개 세부 과제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분야 15개, 혁신 성장 40개, 공정경제 8개 등 역대 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소·벤처·소상공인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다는 설명이다.
창업·벤처 분야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민간 주도 방식으로 정책을 개편했다. 벤처 진입 제한과 투자 제한 규제를 제거, 민간자금의 벤처 시장 유입을 촉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서는 기술 탈취 시도, 납품 단가 감액 등 부당한 관행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환경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 차원에서는 관계 부처와 스크럼 방식 협업으로 정책 마련을 주도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 역시 국무위원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법안을 제출·처리하고, 각 부처 국정 안건에 중소기업 대변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자평했다.
홍 장관은 “중기부가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을 적극 개진해서 최저임금 관련 산입 범위 조정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됐다”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제기하는 문제를 내각에 지속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가 중기부에 내리는 평가는 박하다. 정책을 다각도로 쏟아냈지만 체감 온도는 낮기 때문이다.
성과로 내세운 중소기업 정책 가운데 중기부가 주관하거나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도 28개 정책 267개 세부안뿐이다.
중기부가 주력하는 기술 탈취와 하도급 관련 정책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의존도가 높다.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인하 권한은 금융 당국에 있다. 홍 장관이 주관해서 진행하는 규제 혁신 끝장캠프는 각 부처 실무 담당자를 불러 의견을 주고받는 정도에 그쳤다. 국무회의에 관련 안건을 제출하긴 했지만 뚜렷한 해결 성과는 아직 내지 못했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이슈에서는 주무 부처임에도 대체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소통하겠다고 찾아와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같은 우리 의견은 들은 체 만 체하고 정부 입장만 반복해서 피력하고 간다”면서 “청에서 부로 규모가 커졌음에도 우리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중기부 1주년 성과 및 과제 발표 행사에서도 최저임금 이슈가 화두에 올랐다.
홍 장관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 관련 소상공인 입장은 내각에 정확히 전달하겠다”면서도 “기존 최저임금 인상분보다 높은 추가 부담은 반드시 정부 지원으로 경감하고, 그럼에도 부담이 있다면 이는 구조 문제”라는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