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업계가 샌드위치 신세다. 케이블TV를 제치고 국내 1위 유료방송에 오른 IPTV의 송출수수료 인상 요구가 거세진 가운데 T커머스가 공격적 채널 확보 전략으로 TV홈쇼핑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IPTV 인상안을 수용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거절하면 T커머스에 인기 채널 번호를 내줄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홈쇼핑 사업자는 최근 LG유플러스와 2018년 분 송출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했다. 각 사업자가 편성된 채널 등급(S~B)에 따라 전년 대비 30~70% 차등 인상한다.
S급은 지상파 채널 사이, A는 20번 이내 종편 등 인기 채널 사이다. B는 인기 채널 사이를 제외한 20번 이내 번호다. LG유플러스는 S급 30% 이상, A급 40% 이상, 일부 A급과 B급에 70% 인상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GS샵(6번), CJ오쇼핑(8번), 현대홈쇼핑(10번)이 S급에 포진했다. 롯데홈쇼핑은 A급인 12번이다. 홈앤쇼핑(4번)과 NS홈쇼핑(13번)은 70% 인상률을 적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TV홈쇼핑 관계자는 “IPTV가 케이블TV 이상 송출수수료를 요구하는데다 T커머스가 속속 앞 번호로 진출하면서 기존 사업자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T커머스의 '황금채널 확보 전략'은 TV홈쇼핑의 송출수수료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IPTV가 제시한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칫 자금력을 앞세운 T커머스에 자리를 내주고 뒷 번호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KT IPTV에서 4번 채널을 꿰찬 SK스토아가 대표 사례다. SK스토아는 TV홈쇼핑보다 많은 송출수수료를 제시하면서 기존 30번에서 한 자릿수 채널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4번이었던 CJ오쇼핑이 6번으로, 6번이었던 롯데홈쇼핑은 30번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IPTV가 협상카드로 활용한 T커머스의 TV홈쇼핑 대체가 현실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올해 사업자 및 채널에 따라 전년 대비 30~50% 인상안을 관철시켰다”면서 “다른 IPTV 사업자가 KT 사례를 기준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TV홈쇼핑과 T커머스가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 규모는 급팽창할 전망이다. S·A급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출혈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황금채널에 편성되기 위해서 경쟁사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유료방송이 요구하는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KT 사례처럼 채널을 빼앗길 공산도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의 송출수수료 부담은 판매상품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면서 “일반 소비자는 물론 TV홈쇼핑을 판로로 이용하는 중소기업에도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