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분리' 두고 갈등 깊어지는 한국지엠 노사…"구조조정 꼼수냐 성장동력 확보냐"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내 연구개발(R&D) 별도 법인 설립에 대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선수(先手)'라고 비판에 나섰다. GM 본사에서 한국지엠 공장 노동자들을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을 문제 삼아 쉽게 정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측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조치라며 노조의 주장에 대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자신문 DB)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자신문 DB)

한국지엠 노조는 24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한국지엠 법인분리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내)신설법인 설립은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또 다른 구조조정음모로 규정하고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GM은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연산 7만5000대 규모 추가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 5000만달러(약 570억원) 규모 신규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고용 개선, 아시아·태평양시장 관장 지역 본사 설립 등을 골자로 한 중장기 경영정상화 계획도 내놓았다. 여기에는 노조 측에서 반발하는 'R&D 집중 전담 신설 법인' 설립도 포함됐다.

노조에 따르면 GM이 말하는 신설법인설립은 새로운 법인설립이 아니라 현재의 단일 법인을 생산 공장과 R&D기능을 2개 법인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GM 본사가 고용생존권을 파괴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법인분리를 강행한다면 노동조합은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도 높은 투쟁으로 GM자본과 맞선다고 밝혔다.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GM 본사가 R&D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법인 쪼개기를 통한 제2의 공장폐쇄 또는 매각 등 GM자본의 숨겨진 꼼수가 내포돼 있다”면서 “GM자본은 지난 4월 단체교섭이 최종 마무리된 이후 직영정비사업소의 외주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고, 이런 단체협약 위반에 대해 고소고발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와 사전 공유 없이 팀장급 이상에 성과급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GM 본사 차원에서 최근 960여명의 팀장급 이상들에게 인당 1300만원에서 1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2월과 4월 160명의 조합원들이 긴급가계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신청한 퇴직금중간정산금을 지금까지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사측은 신설 법인 설립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결정된 5000만달러 규모 투자와 함께 신설 법인은 R&D 기능 강화 및 신차 개발로 이어지는 후속 과정에서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지엠은 GM 차세대 소형 SUV 디자인 및 차량 개발 거점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생산, R&D 분야에서 추가적인 인력 수급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R&D 법인 신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규모로 이뤄질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고,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해 GM 본사와 함께 일하는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라며 “신규 차량 개발 업무 수행을 위해 100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함으로써 한국지엠 전체 연구개발 인력을 3000명 이상으로 확충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