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미래에 초점을 둔 연구로 사회에 기여한다. 기업이 당장 뛰어들기 어려운 신진 분야에 뛰어들어 산업화 기반을 마련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은 특히 의미가 크다. ICT는 각종 과학기술 분야와 융합해 다양한 미래 기술을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곧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ICT 기술 및 인프라 구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이상훈)의 주 역할은 미래에 대비한 ICT 연구다. 산하 미래전략연구소(소장 김봉태)와 지역 연구센터가 핵심 역할을 맡아 굵직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ICT 기반 헬스케어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ICT와 융합한 헬스케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요한 국가 먹거리다. 건강 증진 및 수명 확대로 국민 삶의 질 증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소속 연구진이 주축이 된 KSB융합연구단은 현재 100세 시대 견인을 목표로 '고령자 질환 예측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비스 주요 타겟은 국내 사망원인 1위로 꼽히는 뇌졸중이다.
초연결 자가학습 인공지능(AI) 엔진으로 뇌졸중 예측 지식베이스를 학습해 대상이 보이는 전조증상과 위급상황을 예측하는 원리다. 건강검진 데이터와 생체신호, 행동, 운동 패턴을 바탕으로 위험 신호를 높은 정확도로 가려낸다.
위험 상황 발생 시 본인이나 가족, 주변인에 알려 신속 대처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향후에는 질환 발생 사전에 이를 감지·예측하는 시스템 구현도 가능하다.
대경권연구센터는 '자동모발이식 장치 기술' 개발에 나서 성과를 냈다. 극심한 탈모 스트레스와 사회생활 불편 해소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자동모발이식 장치는 한 번에 25개 모낭을 연속해 심을 수 있는 장치다. 2000개 모낭을 심는다고 가정했을 때 2시간 이내에 수술을 마칠 수 있다. 기존 평균 4시간이 걸리던 수술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미래전략연구소와 지역 연구센터는 미래를 대비해 ICT 기반을 확보하는 일에도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 주체가 ETRI의 성과를 활용해 산업화 성과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 소프트웨어(SW)·시스템온칩(SoC)융합 R&BD센터는 ETRI가 구축한 AI 관련 성과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능정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언어분석 기반 법률, 특허, 일반 상식 분야 학습용 데이터 80만건 구축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호남권연구센터는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표준화 기술' R&D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표준화 센서 프로토콜로 전력망 시설이 각종 오류나 재해에 노출되는 것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 또 표준 프로토콜 도입으로 센서 부품 제작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가진다.
연구소는 이밖에 ICT를 기반으로 국민 안전을 높이는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차량사고 응급구조 관제시스템(e-call)' 연구가 대표 성과다. 이 관제시스템은 긴급 구난체계다. 교통사고 발생 시 센서로 사고 여부를 자동 감지하고,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관제 센터 및 구조기관에 전송한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원격으로 구조대 출동을 요청할 수 있어 인명 사고 확대를 줄일 수 있다.
연구소 및 지역연구센터는 앞으로도 미래를 대비한 ICT 성과 창출을 준비한다. 차세대 AI와 양자분야와 같은 기초원천 연구를 기획할 방침이다. '보행 통과형 보안 검색 기술'과 같이 국민 편의 증진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김봉태 ETRI 미래전략연구소장은 “과학기술 흐음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세상의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 내 기관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