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눈앞에 닥친 '인구 내리막길'...부메랑 돼 돌아오는 저출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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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인구정점 예상시기를 다시 당겨야 할 정도다. 지금의 현상은 인구구조 측면에서 20~30년 전 이미 예견된 일이다. 여기에 비혼·만혼,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복합돼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의 저출산은 20~30년 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 때에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미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총인구 감소가 눈 앞에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시급히 대안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최악 시나리오'보다 심각한 저출산

통계청은 2016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인구정점을 2031년으로 제시했다. 2015년 5101만명인 인구가 매년 증가해 2031년 5296만명을 찍고 감소를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인구는 매년 감소해 2065년에는 1990년 수준인 4302만명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한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인구정점 시기 수정을 고민했다. 작년 저출산이 예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장래인구추계 때 작성한 30개 시나리오 가운데 출산율을 최저 수준으로 고려한 시나리오인 '인구정점 2027년'이 가장 적합하다고 밝힌 것은 올해 초 일이다.

전자신문이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확인한 결과 작년과 올해 출생아 수는 장래인구추계 '최악 시나리오'에 한참 못 미쳤다.

통계청의 최저 출산율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8만8000명, 올해는 37만8000명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3만명 넘게 적었다. 올해는 30만명을 넘기는 것조차 불확실해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올들어 저출산이 훨씬 심각해지며 인구정점은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저출산은 '최악 시나리오보다 최악'이라는 판단이다. 통계청은 인구정점을 2027년으로 수정한지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추가 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앞서 통계청이 다른 변수는 통제하고 출산율만 반영해 인구정점을 2031년에서 2027년으로 당긴 점을 고려하면 추가 수정 역시 '4년'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인구정점은 불과 5년 후인 2023년이 된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에서 출산율·기대수명·국제순이동을 모두 저위로 설정했을 때 인구정점이 2023년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1980년 중순·말 저출산이 '부메랑'으로…20~30년 후 반복 불가피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경제 상황, 문화, 사회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가장 직접적 요소는 해당 시기 인구 구조다. 특정 시기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인구가 적으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떨어진다.

최근 13개월 연속 이어진 동월기준 역대최저 출생아 수의 주요 원인도 주출산 연령층(만 30~34세) 여성의 감소가 꼽힌다. 실제 주출산 연령층 인구는 전년대비 매년 약 10만명씩 줄어드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혼·만혼 증가, 경제·문화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저출산 현상을 심화했다.

주출산 연령층 인구가 줄어든 원인은 30~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1년 86만명이었던 연간 출생아 수는 매년 꾸준히 줄어 1984년 67만명, 1985년 65만명, 1986년 63만명까지 떨어졌다. 1980년대 중순·말에 태어난 인구가 지금의 주출산 연령층임을 고려하면 지금의 저출산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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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사람' 이미 줄고있어…직면한 '데모 크라이시스'

최근 최악의 저출산 역시 20~30년 후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최근 출생아가 청년이 되는 20여년 후에는 급격한 '노동력 부족'이 예상된다. 해외 유입 인구가 충분하지 않다면 국내 기업들은 구인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학교는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상황이 연출된다. 일부 지역 대학은 이미 현실에 닥친 문제다.

'일 할 사람'을 의미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2016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20~30년 후에는 급격한 하락이 예상된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에서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해 2065년에는 2062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빠져나가는 2020년대에는 연평균 34만명, 2030년대는 연평균 44만명씩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저출산 심화로 시기는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총부양비가 늘어 생산가능인구 부담도 커진다. 통계청은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가 2015년 36.2명에서 계속 높아져 2065년에는 108.7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전반으로는 '데모크라이시스'가 우려된다. 데모크라이시스는 데모그래피(demography, 인구변동)와 크라이시스(crisis, 위기)를 합친 말로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위기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투자·소비의 전반적 감소, 고령화에 따른 저축 증가 등 내수 위축을 우려했다.

30여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저출산이 불가피하다. '적은 인구가 더 적은 출생아를 낳는' 상황이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에서 앞으로 약 30년 후인 2050년 연간 출생아 수가 29만1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빠르면 올해 달성도 가능할 정도로 저출산이 심화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향후 저출산 기조 지속과 고령화 급진전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경제 성장잠재력을 크게 저하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대응전략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