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전기차 보급이 가장 많은 제주도 조차 사용률이 적은 공용 급속충전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말 기준 제주에 등록된 전기차는 1만1287대로 우리나라 전체 보급수(3만6835대) 약 31%를 차지한다. 급속충전기 수도 전국 지자체 중에 경기도(406기) 다음으로 많은 345기가 운영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제주에 운영 중인 345기 급속충전기 가운데 지난 6개월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충전기가 30기로 집계됐다. 또 일평균 1회 사용 미만 충전기는 97기, 2회 미만 67기로 각각 나타났다. 제주 지역 전체 급속충전기 중 56%(194기)가 하루 평균 두 번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충전을 위해 하루 종일 가동되는 충전기도 많았다. 하루 평균 5회 넘게 사용하는 충전기는 48기, 10회 이상은 20기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도청, 제주벤처마루, 제주시청 등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일평균 사용량이 20회가 넘었다. 최대 사용시간(40분)을 고려하면 이들 장소의 충전기는 쉬지 않고 가동되는 셈이다.
이들 충전기 대다수가 지난달까지 무료로 개방됐기 때문에 사용자가 몰리기도 했지만, 도심 접근성이 유리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지역 관광명소 중에는 성산일출봉 공용주차장의 2기 충전기 사용이 가장 많았다. 이곳의 2기 급속충전기의 일평균 사용횟수는 각각 9.2회, 8.4회로 나타났다. 도심지 충전기 사용률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관광지도 낮 시간에만 몰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의 한 전기차 이용자는 “최근까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충전기가 무료로 운영되다보니 이들 충전기의 사용이 많았다”며 “전기차 주행성능이 나아지면서 관광지 충전소는 몰리는 시간에만 몰릴 뿐, 예전만큼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민원은 줄어든 편이다”고 말했다.
업계는 충전인프라를 구축할 때 제주의 사례를 분석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충전에 따른 주행 거리가 긴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면서 급속충전기 역할이 달라졌다”며 “충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급속을 활용하는 것보다 충전 수요가 많은 도심 등 충전 사용이 몰리는 곳에 좀 더 효과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2018년 상반기 전국 상위 전기차 공용 급속충전소(자료 타디스테크놀로지)
()는 충전소 내 급속충전기 수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