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이 기가스틸보다 강하고 유연한 철강 개발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기가스틸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알루미늄보다 3배 강한 초고강도강이다.
포스텍은 권세균 철강대학원 교수가 레벤테 비토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교수와 공동으로 고엔트로피 합금에서 강도와 연성이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을 금속소성이론으로 풀어냈다고 29일 밝혔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배나 깊은 바닷속 석유시추와 같은 해양플랜트에 사용되는 강철은 극한 저온과 충격에 견딜수 있어야한다. 특히 강하면서 부러지지 않고 압력을 받으면 부드럽게 휘어져야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철에 탄소를 첨가한 강철은 자동차, 선박, 건물 등 구조물에 주로 사용하는데 강하게 만들려고 할수록 충격에 약해지는 성질이 있다.
세계 금속학계는 그동안 강하면서 부러지지 않고 늘어날 수 있는 재료를 만드는 연구에 매진, 최근 기존 합금과 달리 여러 가지 원소를 동시에 거의 같은 비율로 섞어 합금화한 소재인 '고엔트로피 합금'을 개발했다. 여기에 변형을 주면 강도와 연성을 더 높인 합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고강도 고연성 성질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을 밝히지 못해 아직은 산업 응용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트위닝(쌍정변형)' 현상에 주목했다. 합금은 금속원소가 임의로 섞인 것이 아니라 바둑판 같은 격자구조의 점에 원자가 박혀 있는 결정구조를 이룬다.
이 때 밖에서 힘을 주면 결정구조가 뒤틀리는데, 이 과정에서 같은 모습의 격자구조가 대칭으로 놓이는 '거울상 구조'가 이끌려 나오도록 합금을 설계하면 고강도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권세균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극저온과 같은 특수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금속 재료를 실용화 할 수 있는 기술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