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소·중견기업엔 벅찬 근로시간 단축…"사람 구하기도 어렵다"

“주 52시간 시행에 맞춰 공장 인력 100여명을 채용했는데 3명 빼고 다 나갔습니다. 주휴수당이나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과 퇴직금이 줄자 주변의 30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으로 다 빠져나간 겁니다. 인건비 부담도 문제지만, 필요 인력은 늘었는데 인력난이 더 심해지니 공장 문을 닫을 지경입니다.”

경기도 소재 금속 관련 중견 제조업체 인사 담당자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과 경쟁하기도 벅찬데 공장 돌릴 인력조차 부족해져 회사가 도산 직전”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 52시간에 맞춰 3교대를 제대로 돌릴 수 있을 만큼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면 인건비 증가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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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시행 한 달을 맞은 현재, 제도 적용을 받는 대부분 중견 제조업체는 심화된 인력난에 시달린다.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수는 늘었는데 기존 근무 인력마저 주변 소규모 사업장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주휴수당·연장근로 수당이 줄면서 월 급여가 100만원 이상 줄자 아직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지 않는 300인 이하 사업장을 찾아간다는 설명이다. 인근 유사 업종 사업장이 대부분 추가 채용에 나서면서 신규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또 다른 기계부품 중견 제조업체 임원은 “300명을 조금 넘는 규모라 적용을 유예 받은 중소기업과 사실 큰 차이가 없다”면서 “정부가 업종별 특성이나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사람 수로 끊어서 제도를 펼치다 보니 기존 인력 유출에 신규 충원까지 어려운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꼬집었다.

정부 지원정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대부분 청년 일자리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젊은 층이 기피하는 제조업 생산직은 정책 수혜를 받기 어렵다.

신규 고용 기업에 인건비(신규채용 1인당 월 60만원)를 지원하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역시 문턱이 높다. 주 52시간을 먼저 이행하고 있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3교대 인력 등 수십명에서 수백명을 일시에 충원할 여력이 없는 사업장은 '그림의 떡'이다.

중소·중견기업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와 일자리 매칭 및 지원 정책 요건 현실화 등을 바란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담당자에게 전체 3교대 인력 충원은 어려우니 라인 하나라도 적용하면 먼저 지원을 해주고 사업장 전체로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주 52시간 제도에 적극 부합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