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이 파격 할인을 제시하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주도했던 수입차 시장에 제2 할인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소비자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다만 과도한 할인으로 수입차 시장 신뢰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는 다음 달 출시할 프리미엄 소형 세단 2018년형 A3를 할인해 판매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공식 할인율을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아우디 딜러들은 최대 40% 할인율을 제시하며 고객을 모으고 있다.
예약금을 걸면 A3를 공식 가격(3950만원)에서 40% 할인한 2300만~2400만원 수준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격적 할인 소식에 일부 고객들은 예약을 위해 직접 전시장을 찾아 줄을 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아우디에 이어 폭스바겐도 일부 차종 할인 판매에 돌입한다. 다음 달 선보일 중형 세단 파사트 북미형 모델을 20% 할인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3000만원 중반대 신차를 2000만원 후반대에 살 수 있는 셈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파격 할인 공세에 대해 국내 법규를 지키기 위한 조치란 점을 강조한다. 과거 배출가스 조작으로 위기를 겪은 전례가 있는 만큼 법규를 충실히 지키겠단 입장이다. 수도권 법에 의한 저공해차 의무판매제에 따르면 연간 4500대 이상 판매하는 제조사는 저공해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를 연간 판매량 9.5% 이상 의무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규와 할인 판매는 별개 문제라는 의견을 제기한다. 당장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다음 해 계획에 미달분 120%를 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벤츠와 FCA 경우 회사 사정상 저공해차 보급 계획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 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앞으로 법규 준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 법규 준수를 내세우지만, 할인 정책으로 이른 시간 내 판매를 끌어올리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우디폭스바겐 할인 조건에 현금 구매 대신 계열사 리스 금융상품 이용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자율이 높은 리스 등 금융상품 이용할 경우 소비자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할인된 신차가 시장에 쏟아지면 중고차 시세가 하락, 기존 소유주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업체 파격 할인 공세로 판매 규모가 적은 다른 대중 수입차 업체들은 영업이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애초 공식 가격을 낮게 잡은 업체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합리적 가격 책정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과도한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수입차 가격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할인 경쟁이 정찰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