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페이에 바쁜 서울시, 기약없는 '모바일 외화송금 사업'...업체들만 발동동

서울시가 추진하던 모바일 외화송금 사업이 또다시 연기됐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3월 시범사업자 선정 이후 정부 관련법 개정, 사업자 선정과정 잡음 등 여러 이유로 1년 이상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6월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마저 미뤄졌다.

업계는 서울시장의 새 공약인 '제로페이(서울페이)'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는 하소연까지 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모바일 외화송금 사업이 7월이 다 지나도록 시작되지 않았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달 시범사업자 5곳을 선정하고 바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서울시 금융산업팀은 전자신문과 통화에서 9월부터 선정업체 홍보·마케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찰 공고에 기재된 사업 시작일(6월)보다 3개월 지난 시점에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이 지체되는 것도 문제지만 일정 연기와 관련해 해당 업체들과 전혀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선정 업체 중 한 곳은 “지난달 합격 통보에서는 '조만간 마케팅 지원 협약 일정을 잡겠다'고 했지만 이후 진전사항이 없다”며 “최근까지도 새로운 내용을 전달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모바일 외화송금은 한 차례 어그러졌던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시범사업자를 세 곳을 선정했지만 그 해 7월 정부가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바람에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법 개정으로 기존 외화송금업체도 기재부에 별도 등록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금융위원회가 송금 사업 시 매번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또 다른 규제를 적용하며 난항에 부딪혔다. 결국 금융위가 종전 입장을 철회했지만 서울시 사업이 연기되는 데 한몫했다.

올해 재추진되는 과정에 잡음도 발생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선정업체까지 입찰 경쟁하도록 했다. 기존 시범사업자에 가점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시범사업자 중 두 곳이 신규 신청 업체로 교체됐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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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공정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기존 시범사업자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업이 연기된 이유가 업체보다는 정부-지자체-금융당국 엇박자에 있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사업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새로 입찰에 부친 점이나 선정된 업체에 보상책을 마련해주지 않은 점은 역차별 논란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는 서울시가 제로페이 사업에 주력하느라 모바일 해외송금 사업에 소홀해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근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민선 7기 공약사업에 따라 담당 팀을 구성하고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 서비스(일명 서울페이)' 도입에 나섰다. 실제 외화송금 사업을 담당했던 인력이 서울페이 추진반으로 넘어갔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자 선정 이후 부서 간 업무 조율 및 타 사업 병행 추진으로 현재까지 협약을 추진하지 못했다”며 “조속히 시범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