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이 예산이나 실행계획을 담고 있지 않아 기존 정책 짜깁기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생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변화에 국민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방향을 담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로도 선정될 정도로 강조됐으나, 구체적인 변화와 실행계획을 담지 않았다.
심지어 중소기업 인재 이·전직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 산업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정책도 있어, 업계 반발을 샀다.
마스터플랜은 올 해 1월 사회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언급된 후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고 기재부·산업부·고용부·중기부·과기부·여가부 국장과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경총·한국노총 등 민간이 참여한 추진단을 통해 마련됐다.
민관합동 추진단이 내놓은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방안'은 5대 추진전략과 20개의 주요과제,65개 세부과제로 구성된다.
△유연하고 통합적인 직업교육훈련 제공 △미래형 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훈련 고도화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직무역량개발체계 확충 △사람 중심의 포용적 평생직업교육훈련체계 구축 △평생직업교육훈련 통합 지원 생태계 조성 등이 5대 추진 전략이다.
직업계고 자율학교 지정 활성화, 교육훈련이력 누적 관리, 디지털 역량 강화, 재직자 학습권 보장, 전직지원 서비스 제도화, 신중년 직업교육 훈련 강화 등이 대표적인 세부과제다.
이 같은 세부 추진 과제들을 제시하고도 실행 시기나 예산 투입 계획은 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로드맵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번에 내놓은 혁신 방안은 구호에 그친다는 것이다. 세부과제로 내놓은 정책의 대부분은 기존 부처별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고령화 등의 사회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개별정책에서도 언급됐다.
전체 마스터플랜에 따른 개별 정책 추진 여부에 대한 책임 주체도 불분명하다. 민관합동 추진단은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해산했다. 앞으로 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에 직업교육훈련분과를 구성해 직업교육훈련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한다. 직업교육훈련제도에 대해 자문을 할 수 있으나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역할은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혁신 방안이 담고 있는 내용도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의사·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종을 제외하고 모든 직업을 포괄한다고 설명했으나, 고교에서는 직업계고 위주 정책만을 담고 있으며 대졸자들의 고숙련 교육도 아우스빌둥·P-테크 등 기술에 제한되어 있다. 인문계 출신의 평생직업교육을 위한 제시가 빠져 있다.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계획도 불분명하다. 재직자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유급휴가훈련제를 언급하면서도 도입을 의무화하거나 장려할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못했다.
중소기업에게 가장 골칫거리인 인재 이·전직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정부가 공공부문을 통해 지원해줄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각 부처별로 직업 교육 관련 정책이 흩어져 있어 중복되는 사업도 있고 방향도 제각각이었으나, 이를 모아놓은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세부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에 직업교육훈련분과를 구성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