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재산정 이슈와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까지 맞물리며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폐지를 강력 주장하는 가운데 여신금융업계와 소비자 단체는 전면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 갑론을박 속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제로페이 등 수수료 0원 결제방식이 상용화될 지 주목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카드사를 대표하는 여신금융협회, 금융위원회, 소비자단체, 학계에서 패널로 나와 입장을 밝혔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는 소비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원하는 경우 반드시 응해야 하고 신용카드 이용 소비자를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음을 명시한 제도다.
2010년을 전후해 가맹점 협상력 저하에 따른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폐지 논의가 이뤄졌으나 편리한 지급 이용이 제한된다는 우려로 폐지 대신 정부가 수수료율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후 3년 주기로 원가(적격비용)를 산정해 수수료를 재산정한다. 올해가 재산정 시점이다.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자영업이나 소상공인 원가 비중에서 카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데 제대로 된 협상권이 없어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수수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의무수납제를 폐지하고 가맹점주와 카드사 간 협상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업계는 의무수납제 재검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전면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태운 여신협회 사업본부장은 “카드업계도 과거 4%대 높은 수수료를 현 2%대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상당한 노력을 했다”면서 “소상공인페이(제로페이)와 체크카드 등으로 소액결제 수수료 절감이 기대되는 만큼 전면폐지보다는 일정금액 이하 제한적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 대표로 나온 서경영 서울YMCA 시민사회운동부장도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거나 가격을 차별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완전 폐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용카드를 유지하면서 제로페이 같은 대체 결제수단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무수납제가 카드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부 소비자에게 비용을 부당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국내 카드사는 의무수납제로 가맹점 확보 노력이 필요 없어 개인 회원 유치 혜택만 주로 확대했다”며 “그 혜택을 신용카드 사용을 못하는 청소년이나 노년층이 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해관계자 입장차가 첨예한 만큼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홍성기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의무수납제가 도입된 31년이 지나 폐지 논의 등을 거쳐 지금까지 온 과정의 차이를 살펴보고 제도 영향을 따져 신중히 결정하고자 한다”며 “최근 제로페이 같은 대체결제 수단 등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