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전략의 산물이었다. 차세대 이동통신 원천 기술 확보 차원이었다. 우선 음성 위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과 차별화돼야 했다. 휴대 인터넷 시대 개막을 앞두고 저렴한 서비스 이용료도 가능케 해야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삼성전자 기술진은 와이브로 기술 공동 개발에 성공했다. 2006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가 시작됐다. 와이브로 최고 속도(다운로드)는 40Mbps로, 3G 14.4Mbps 대비 약 3배 빨랐다. 당시 속도 측면에서 CDMA와 무선통신국제표준(GSM) 대비 경쟁 우위를 점했다. 한국 토종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KT가 9월 30일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2006년 KT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 12년만이다. 와이브로 주파수 2.3㎓ 대역 100㎒ 폭은 내년 3월 할당 기간이 종료된다. 토종 기술 와이브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와이브로는 2006년 이후 국내 통신장비 수출에 기여했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통신 서비스 및 시스템 수출이 이뤄졌다. 2006년에는 미국 스프린트, 일본 KDDI 등이 도입했다.
그러나 그 결과 와이브로 운명은 사실상 정해졌다. 추가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기존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 국가별, 통신사별로 서서히 서비스 영역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통신 기술이 메인 스트림을 차지하면서 설 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LTE 기반 통신 기술은 5G로 전환되고 있다. 와이브로는 기술 영역에서 세 불리기에 실패한 셈이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영욕의 세월을 밟아 온 와이브로와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T-DMB) 현주소가 시사하는 함의를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