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75>계란 세우기가 왜 어려울까?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75>계란 세우기가 왜 어려울까?

“할아버지와 아들과 손자가 함께 물에 빠졌다면 누구부터 구해야 할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당혹스러운 질문이다. 연로한 할아버지, 사회 기여도가 큰 아들, 보호해야 할 어린이가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대답한다. “아들과 함께 할아버지와 손자를 구하면 되죠.” 콜럼버스의 계란 세우기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계란 세우는 법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계란 세우는 방법을 모르거나 계란을 깨뜨릴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만들기와 청년 실업자 대책' 수립에 분주하다. '최저임금제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 이슈가 대두되고, 여성권리증진·노인지원 등 현안 논쟁으로 사회가 뜨겁다. 평화통일 이슈 다음으로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기주장만이 범람하고 있어 아쉽다. 논의가 정치권에서 맴돌다 사라지거나 본연의 목적과는 다르게 변질될까 불안하다.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고조된 집단 갈등 해소를 두고 “아직은 버틸 만하다”라는 대답은 정부가 할 말이 아니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75>계란 세우기가 왜 어려울까?

정부 정책은 국민의 호응과 참여 없이 성공할 수 없다. 높은 지지도는 박수 소리만 요란할 뿐 수레를 견인하는 동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시기에 홀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국내 경제, 불안해 하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취업 대란 등 국내 경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을 강의하고 규제 해결을 논의하는 동안 외국의 고속도로는 자율 자동차가 질주하고 배달부 드론이 하늘을 날고 있다. 밤하늘을 수놓은 평창올림픽의 아름다운 드론보다 더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협력'이다. 정보화로 지능화된 공장이 지능화된 기업과 협업으로 모든 공정(구매, 생산, 마케팅, 물류, 금융)을 자동화해 효율과 안정성을 갖춘 신산업 패러다임을 만들려는 혁신 운동이다. 성공을 위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정보보호와 같은 기술 융합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과 정책의 융합이 근간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노인이 청년의 눈치를 보고, 남성과 여성이 젠더 경쟁을 하는 한 융합의 미래는 요원하다. 세대·지역·분야·노사 간 갈등은 사회 발전 저해와 낮은 국가행복지수로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편승한 임시방편보다는 소통과 협업에 기반을 둔 처방이 필요하다. 이미 OECD 국가 가운데 최악의 자살률과 추락하고 있는 국민행복지수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 유일한 방법이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75>계란 세우기가 왜 어려울까?

아무리 지지도가 높아도 소통과 협업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 정부가 단순히 법과 제도를 들이밀고 예산을 편성해서 가능한 일도 아니다. 전문가 강의와 토론도 답은 아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집단 간 갈등을 해소하고, 일상화된 불안과 불만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 우선이다. 역설로 들리겠지만 내 이익보다 상대의 이익을 우선하는 배려가 문제 해결의 열쇠다. 남성이 나서야 여성 권익이 신장된다는 단순한 원리다.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것 이상으로 약자가 보호받고 열심히 일하는 자가 보상받는 공정 사회도 중요하다. 국민이 청원하고 정부가 들어 주는 상하관계를 버리고 정부와 국민이 소통하고 협력해야 갈등과 혼란으로 치닫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