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30일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강화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결정했다. 경영 참여는 배제를 원칙으로 하지만 국민연금 최고의결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의결하면 시행하도록 했다.
기금운용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수탁자위원회가 노동자와 가입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전면 허용을 위한 길을 열어 뒀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30일 2018년도 제6차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635조원 규모 국민연금의 최고의사 결정 기구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직을 맡는다.
박 장관은 “기금 장기 수익 제고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투명성 및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다”면서 “심각한 기업 가치 훼손으로 국민 자산에 피해를 주는 기업에는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확정된 스튜어드십코드에 담긴 주주권 범위는 지난 17일 공청회에서 복지부가 공개한 방안에 비해 크게 넓어졌다.
먼저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키로 한 방침을 수정됐다. 초안 공개 이후 시민단체 중심으로 불거진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포함' 주장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기금위에서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사 선임 및 해임,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제반 여건 구비 이후 이행이 원칙이지만 기금위가 의결하면 이전 시행도 가능하다.
2020년부터는 주주권 행사도 가능해진다. △기업명 공개 △공개 서한 발송 △타 주주의 주주 제안 및 기업이 상정하는 관련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연계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 등 초안에서 예고한 내용이 모두 포함됐다.
위탁운용사 관리도 강화한다. 의결권 행사 위임과 코드 도입 및 이행 여부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이드라인을 정해 위탁운용사가 수익 제고에 반하는 의결권을 행사하면 의결권을 회수한다. 대형 위탁운용사에 우선 적용하고, 중소형사는 유예 기간을 부여한다.
의결권전문위원회가 확대 개편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각계 대표가 추천한 전문가 14명으로 구성한다. 정부 인사는 배제한다. 기금위의 의사 결정을 자문하는 기구다. 주주권 행사, 책임 투자 등 총 2개 분과로 활동한다.
기업과 증권업계는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기금위에 사용자 측 위원이 일부 포함된다고는 하지만 정부 당연직과 근로자·가입자 위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 정부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면서 “마치 최저임금 인상처럼 기업 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이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