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연구용 3D프린터 시장이 싹트고 있다. 3D프린터를 활용해 의료기기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인체에 삽입하는 인공조직을 개발하기 위해 3D프린터 업체와 의료기관이 협업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세계적으로도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D프린터 시장에 새 활로가 나올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아나츠는 의료용 3D프린터 '아나츠메딕'을 대웅제약 시지바이오에 공급했다. 시지바이오는 인체에 이식하는 바이오 폴리머 소재를 이용한 임플란트 제작에 아나츠메딕을 사용한다.
아나츠는 서울 서대문구 소재 연세 세브란스병원에도 아나츠메딕을 납품했다. 연세대 의과대학·엘앤씨바이오(L&C Bio)·코어라인소프트·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함께 구성한 '3D GO 연조직 재건 컨소시엄'에도 참여한다. 컨소시엄은 3D프린터를 활용한 귀·코·관절 연골 재건용 3D 보형물과 인체조직(분말)을 이용한 바이오잉크(Bio-Ink) 등을 개발한다.
이동엽 아나츠 대표는 “인체에 삽입해야 하는 인공조직을 만드는 3D프린터는 기존 치아 교정기구 등 보조도구를 만드는 3D프린터보다 더 깐깐한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용 기기를 만드는 3D프린터 공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컨소시엄에서 공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다른 3D프린터 업체 로킷도 의료기관과 협업하며 의료용 3D프린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13년 바이오용 3D프린터 '인비보'를 출시하고 관련 제품 출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소재 이데아성형외과·지앤지병원 등과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센트롤은 독일 프라운호퍼재단·연세대와 의료기기 3D프린팅에 적용하는 실시간 적층 모니터링·보정 시스템 관련 공동 연구를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다.
의료용 3D프린터 시장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페어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의료용 3D프린터 시장은 2015년 5억4000만달러에서 2021년 12억9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주로 치아 교정기구 등 덴탈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됐다. 하지만 인체에 삽입하는 보형물 제작 등 고도화 된 의료용 3D프린터 시장도 커지고 있어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3D프린터를 활용한 의료기기 제작이 최근 2년 새 활발해지고 있다. 골절합용판·인공관절·두개골성형재료 등 의료기기를 3D프린터로 제작해 허가받은 사례가 속속 나왔다. 식약처에 따르면 3D프린터를 이용해 환자맞춤형으로 제작된 의료기기 허가·신고 건수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4건이다. 이 중 절반인 22건은 지난해에 허가·신고됐다.
3D프린터 제조업체와 의료기관 간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3D프린터 시장 새 활로가 개척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3D프린터는 인체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료기술과 궁합이 좋다”면서 “인체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기술 등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싹트는 단계이기 때문에 활발한 연구·개발을 통한 시장선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