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증권사가 삼성증권 사고와 같은 '유령주식 발행'에 무방비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실물입고나 대체입고 과정에서도 총 발행주식 이상의 주식 발행이 가능했다. 대다수 증권사가 단순 실수로 인한 초과 입고를 막는 전산시스템 조차 없었다. 일부 소형 증권사는 수작업으로 각종 후선업무 처리를 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 112억원 규모 유령주식 발행 사고를 계기로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벌인 결과 다른 증권사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금감원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증권사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계기로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증권유관기관과 공동으로 32개 증권사와 코스콤 시스템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대다수 증권사의 주문 접수, 실물 입고, 대체 입·출고 등 주식 매매 과정 전반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
고객 주식을 증권사 객장에 직접 실물로 입고할 때와 주식 대체 입·출고 과정에서 삼성증권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특히 실물입고 업무 처리 과정에서 얼마든지 도난·위조 주식 등 사고주식이 유통될 수 있다. 예탁원의 증권 진위 여부 확인 이전에도 책임자 승인 없이 담당자 입력만으로 입고와 매도가 가능했다. 일부 증권사는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해 입고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전산시스템도 갖추지 않았다.
주식 대체 입·출고 처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증권사는 예탁결제원과 전용선으로 연결된 CCF(대외접속) 방식으로 주식 대체 입·출고를 처리한다. 하지만 일부 소형 증권사는 예탁원의 인터넷 기반 통합업무시스템인 세이프플러스(SAFE+)에 직접 접속해 입·출고를 수작업으로 처리했다. 수작업 과정에서 초과 수량을 입력하면 유령증권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 각 증권사에 실물입고와 대체 입·출고를 처리하는 전산시스템 마련을 조치할 방침이다. 실물입고 매도는 예탁원과 증권사 본사 확인 이전까지 자동 매도를 제한한다. 대체 입·출고 역시 모든 증권사가 수작업이 아닌 CCF 방식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증자, 배당, 액면분할 등 주식 권리배정도 CCF를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간 예탁원은 주주별 배정주식 내역을 각 증권사에 제공하지 않아 개별 고객 주식 배정 업무를 수작업으로 처리했다.
또 일부 증권사에서는 기관투자자가 직접주문회선(DMA)으로 대량 고액의 주식매매를 주문할 때 경고메시지나 주문보류 내부통제를 하지 않았다. 해외주식 대량·고액 주문은 모범규준도 적용하지 않는다.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모범규준, 각 증권사 내규 및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유도해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권리배정 시스템도 내년 중 개선한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앞으로 증권사의 내부통제 미비 사고는 강력 조치할 계획”이라며 “연내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