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을 위한 속삭임과 외침’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한정판 바이닐이 오는 14일 출시된다. 지난 2012년과 이듬해 발매된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Part.1, 2 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음반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이라는 부제를 안고 있는 이 음반은 이른바 ‘홍대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그 중에서도 오로지 여성 음악가들만이 참여해 여성이 내는 목소리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개성 강한 뮤지션들이 한데 뭉쳤다는 점에서 당시 음악적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음반이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었던 다소 무거운 주제,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노래하는 이 음반을 두고 사람들은 신기해 했고, 고마워 했으며, 궁금해 했다. ‘착한 일’ 한다고 칭찬도 더러 받았지만 그녀들은 결코 우쭐하거나 그런 사실들을 앞세우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듯 노래를 부르고, 들려줄 뿐이었다.
이번에 발매되는 ‘이야기해주세요’는 2018년 정부 수립 이후 첫 공식 지정된 ‘위안부 기림일’을 기념하며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한정판 바이닐(Vinyl)과 LP미니어처CD로 우리 곁에 찾아온다. 마치 우리가 이 비극적 역사에 대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켜 왔는지, 다시 한 번 조용한 일침을 가한다.
이번 앨범 속 ‘이야기’의 대상은 이제 세상에 몇 분 생존해 계시지 않는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과 그들의 오래된 한을 풀어주지도, 어루만져주지도 못했던 국가에게만 향해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일상처럼 마주하는 동시대 성폭력의 문제를 포함해 오늘날 대다수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폭력과 부조리에 관한 이야기들도 함께 다뤄지고 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출신 송은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2006년 송은지와 소히, 정민아 등 여성 아티스트들이 모여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창작을 해보자는 취지를 갖고 ‘릴리스의 시선’이라는 소모임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와해됐던 이 모임이 2011년 11월 송은지의 제안으로 다시 시작된다.
2012년 3월 12일 배복남 할머님이 타계하면서 당시 남아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생존자는 61명으로 알려져 있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도 2011년 12월 14일에 1천회를 넘어섰었다. 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은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게 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자선 음반을 만들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시작됐다.
이 계획이 알려지자 수많은 음악가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사와, 수 많은 이들의 도움, 세 차례에 걸친 모금 공연 등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제작비가 마련됐다. (물리적인 수록곡의 한계 때문에) 이번 한정판 바이닐과 LP미니어처CD에 수록된 음악들 중엔 이상은의 ‘성녀’를 제외한 모든 곡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녹음된 작품들이다.
앨범에 참여한 이 아름다운 뮤지션들은 위안부 할머님들의 증언을 떠올리며, 자신의 할머님을 생각하며, 혹은 여성에 대한 폭력 중 가장 심각한 성폭력에 대한 트라우마와 집단 속에서 짓밟힌 개인의 삶 등을 고민해 저마다의 개성으로 창작한 곡들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데 여념이 없다.
특히, 커버 아트웍으로 사용된 작품은 2015년 여성가족부 주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학생, 청소년 작품 공모전 최우수 수상작 정서한 님의 ‘꽃잎에 가려진 얼굴 없는 슬픔’ 이다. 꽃다운 나이에 끌려간 할머님들을 꽃을 든 소녀의 모습으로 표현했고, 소녀 옆의 빈 의자는 먼저 돌아가신 할머님들을, 의자 위의 새는 환생한 할머님들을 표현한 것이다.
소녀의 치마에는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들을 표현했으며, 소녀들의 피 눈물이 고여 발목까지 채워진 모습으로 할머님들의 큰 슬픔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야기해주세요> 한정판 바이닐 트랙리스트-
SIDE-A
01. 이 노래를 부탁해 I 한희정 (04:35)
02. 성 녀 I 이상은 (03:25)
03.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 I 지현 (04:48)
04. 놀이터 I 남상아 (04:50)
05. 내 이름은 닌자 영 I Trampauline (03:46)
SIDE-B
01. 날 잊지말아요 I 이효리 (04:45)
02. 그녀가 걸었던 길 I 박혜리 (04:51)
03. 말해주세요 I 빅베이비드라이버 (03:33)
04. 책장을 넘길 때마다 I 이아립 (03:31)
05. 나와 우리의 이야기 I 로터스 프로젝트 with 송브리즈 (04:35)
소성렬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