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단전 위험이 있으니 전기 사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입주민 협조를 당부한다.
엘리베이터에는 “가급적 저녁 7시부터 12시 사이에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알림장도 부착했다. 퇴근 이후 에어컨을 틀지 말란 소리다.
대형 마트에 가봤다. 경마장에서 마권사는 사람처럼 계산대가 바글바글하다. 까페에도 사람으로 가득하다. 사람이 많으니 에어컨은 모기처럼 풀이 죽었다.
더위에 갈 곳이 없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더위가 아니라 재앙'이라는 생각마저 절로 든다. 대장간에나 가야 느낄 열기가 연일 작열하니 '기후재앙'이나 마찬가지다.
폭염은 한마디로 한반도가 '열풍선'이 되면서 생겼다.
티베트와 몽골, 북태평양이 거대한 열풍선을 만들고, 거기에 태풍 종다리가 비껴가며 태백산맥 넘어 열풍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열풍선은 혹시 누군가 한반도를 삶아버리려고 작정하고 만든 건 아닐까.
영화 지오스톰은 인간이 기후를 조작하는 기술을 얻게 되면서 발생하는 재앙을 다룬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속출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인공위성을 이용한 날씨 조종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오류로 해일과 용암 분출, 혹한, 폭염이 지구 각지를 덮친다.
날씨 조종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지오스톰이 공상영화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은 50여년 전부터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내륙 가운데 비가 오지 않는 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인공강우 프로젝트 '톈허'는 그 결실이다.
티베트 고원 등에 인공강우 장치를 설치해 광범한 지역에 비를 내리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에는 이 작업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만 3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인공강우는 하늘에 일종의 '구름씨'를 뿌려 비를 유도하는 기술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구름입자가 어떻게든 중력보다 무거워지도록 해 땅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요오드화은과 드라이아이스가 구름씨로 많이 쓰인다.
인공강우 최대 단점은 구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구름 한 점 없는 가뭄에는 인공강우도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인공강우는 먹구름 제거 용도로 쓰인다. 국가 행사가 있는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먹구름에 구름씨를 뿌려 미리 비가 내리게 하는 것이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때 이 방법을 썼다.
일본에선 여름에 비가 집중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봄이나 가을에 구름이 댐 부근을 지나면 인공강우로 물을 가둬둔다고 한다.
한반도 폭염이 누군가의 '기후 조작'이라면, 이제 그만 시원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