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블록체인 현장을 가다]<6·끝>영국 런던

영국은 독일과 더불어 유럽 경제 쌍두마차다. 독일은 제조, 영국은 금융 분야에서 우위를 보인다. 영국은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에서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은 스위스, 싱가포르, 일본,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실제 영국은 아직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활발하지는 않다. 그 동안 금거래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보수적인 접근이 이뤄졌다. 암호화폐공개(ICO)에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 7월 영국 기업들이 보여준 기술은 잠재력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은 기네스 맥주의 고장이다. 버스킹 성지로 유명하다. 한국 유명 가수들이 현지에서 버스킹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용한 도시 더블린에서 새로운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다름 아닌 블록체인 혁명이다.

주인공은 더블린과 런던, 뉴욕에 사무소를 둔 에이텍(AID:Tech). 이 회사는 정부, 비정부기구(NGO) 및 자선단체가 사회적 약자를 투명하게 돕는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한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 임산부 등이 대상이다. 에이텍 기술은 크게 기부, 송금, 사회복지 등 3가지 유형에서 사용된다. 이 같은 기술 개발은 톰슨 대표의 시행착오가 발단이다. 톰슨 대표는 몇 해 전 마라톤을 통해 모은 돈을 기부했다가, 본인 돈의 사용처를 알 수 없었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15년 시리아 난민촌에 적용된 이후 공신력 있는 기구에서 의미있는 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시티은행, IBM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도 블록체인 기반 사회복지 시스템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찾는 나라와 NGO가 늘면서 직원 수도 늘고 있다. 창업 당시 17명이던 직원은 올 연말 60명을 넘을 전망이다.

에이텍이 적용하고 있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기부자가 자신이 낸 돈이 언제 누구에게 지급됐는지를 추적·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기부금 사용처 검색이 가능하다. 잔액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부 투명성을 보장한다.

요셉 톰슨 에이텍 최고경영자(CEO)는 “개인 대 개인(P2P) 기부가 가능해진다”면서 “작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UN을 비롯한 IMF 등 국제기구와 협업이 가능해 졌다”고 소개했다. 정부 기금관리 및 기부 내역 추적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다.

에이텍 직원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난민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에이텍 직원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난민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또 하나는 난민이 편리하게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용방식은 이렇다.

우선 에이텍은 시리아 난민에게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호물자를 나눠준다. 시리안 난민 2만5000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고유한 QR코드가 내장된 디지털 신원카드가 지급된다. 영국 정부는 물론 아일랜드 적십자 등 비정부기구(NGO)가 기술을 도입, 운영한다. 레바논 국경 난민에게도 적용됐다.

레바논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포즈를 취했다.
레바논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포즈를 취했다.

에이텍 기술은 국제원조의 원격 배포를 가능케 한다. 본인을 인증하는 카드 형태 또는 스마트폰 내장형 '디지털 아이덴터티'를 이용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를 소지한 난민 한 사람당 20달러를 사용할 수 있다. 음식과 음료를 구매하거나, 세탁 등 클리닝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난민들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받은 구호 지원금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난민들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받은 구호 지원금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에이텍 블록체인 기술은 시리아 난민 이외에도 적용되고 있다. 탄자니아 임신부 6000명이 메디컬 서비스를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홈리스족들 역시 일부 국가에서 서비스 수혜를 본다.

요셉 톰슨 에이텍 대표가 블록체인 기반 구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셉 톰슨 에이텍 대표가 블록체인 기반 구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셉 톰슨 에이텍 최고경영자(CEO)는 “사회복지는 물론 연금관리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돈의 흐름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직원이 면담을 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직원이 면담을 하고 있다.

유럽 금융 허브 런던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을 원천 방지하는 기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생체인식과 결합해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해 주고, 손쉬운 거래를 가능케 한다.

영국 피카델리 지하철 노선에 있는 해머스미역 근처 위워크 센터. 점심 시간이 다가왔지만, 상당수 스타트업 직원들이 비즈니스 미팅과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다. 이곳에서 만난 블록체인 업체 너겟의 알라스테어 존슨 대표는 작은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너겟은 개인 신상정보와 결제 정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안전하게 처리하는 플랫폼이다. 생체인식 기술을 블록체인과 결합했다. 너겟은 별도로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 위협에도 자유롭다. '작은 정보'를 의미하는 너겟을 회사명으로 한 이유가 있다.

너겟은 B2B는 물론 B2C고객에게도 효과를 주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제공 없이도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지문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크게 3가지 특징을 갖는다. △간편한 로그인 △안전한 결제 △즉시 본인인증이 그것이다.

[해외 블록체인 현장을 가다]<6·끝>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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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겟은 모바일 기반 송금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현재 5개 영국 금융회사에 기술 제안을 해 놓은 상태다. 통신사와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위챗페이와도 협력을 준비 중이다.

알라스테어 존슨 너겟 대표는 “개인정보는 개인만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회사 블록체인 기술은 안전한 거래 시스템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너넷은 지문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을 '디지털 아이덴티티(Digital ID)'로 바꿔준다. 지문인증이 가장 안전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존슨 대표는 “지문이 가장 많이 승인된 기술”이라며 “가까운 미래에는 DNA인식까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 은행권, 이동통신사 및 유통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데 고무한 표정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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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