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한시 완화 조치를 단행하자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가 올해 한시적 완화를 거쳐 향후 전기요금 체계 근본 개편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주택용 요금 누진제 완화와 맞물려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불똥이 튈지 우려된다.
산업용 전기 요금 현실화 논란은 지난 십수년 간 계속됐다.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콩(연료)'과 '두부(전기)'에 비유하며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을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장원칙에 따라 전기요금을 매기지 못하면서 두부가 콩 보다 싼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심야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해 기업의 전력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산업 경쟁력 보호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원가이하로 공급한 산업용 요금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전의 수익 보존 측면에서도 주택용 누진제 완화가 지속되면 반대로 산업용 요금 인상 요인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주택용 누진제 완화가 산업용 요금 인상을 동반한 전력 요금 체계 변화를 촉발하는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력분야 전문가는 “주택용 누진률을 낮추고, 나아가 폐지한다면 산업용 요금 인상 요인이 커진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최금임금 인상 등 기존 경영부담에 더해 '다중고'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경기도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 사장은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 차지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요금 인상은 기업과 산업에 부정적 파급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중소기업 타격이 극심할 수 있는 만큼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산업용 요금 개편이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산업용 전기요금을 높이는 방안 관련, “큰 틀을 바꾸는 것은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며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개편을 검토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을 전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인상)에 대한 업계 우려를 충분히 들었고, 그런 우려를 반영해 이 문제는 속도 조절하겠다”며 “연내에 (요금 조정을)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백 장관은 7일 당정협의에서도 ”가정, 산업용 요금 불공평 지적은 송배전 손실이 적고 대규모 소비를 하는 산업용 특성을 감안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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