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 시범사업 대상으로 서울대병원·평화이즈 등 7개 기관·기업 솔루션이 선정됐다. EMR 시스템 비표준화, 보안 취약성 문제를 해소할 계기가 된다. 시범사업 동안 업계 요구인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보건복지부는 EMR 인증제 대상 제품을 선정, 내년 7월까지 1년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의료기관이 설치한 EMR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게 목표다. 작년 6월 '전자의무기록 표준화 및 시스템 인증에 관한 조문'을 신설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회보장정보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 연구를 수행해 인증제도 안을 마련했다. 기능성, 상호운용성, 보안성 등 총 119개 인증 기준을 확정했다. 인증 유효기한은 3년이다.
시범사업 대상은 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 평화이즈, 이온엠솔루션, 자인컴, 비트컴퓨터, 네오소프트뱅크 등 7개 기관·기업 제품이다. 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의료기관 자체 솔루션으로 참여했다. 이온엠솔루션은 종합병원급으로, 자인컴은 병원급으로 신청했다. 비트컴퓨터와 네오소프트는 의원급으로 참여한다. 평화이즈는 외부보관제품으로 유일하게 참여한다.
선정된 7개 제품은 전국 44개 의료기관이 사용 중이다. 가톨릭대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3곳과 종합병원 25곳, 병원 5곳, 요양병원 1곳, 의원 10곳이다. 수도권은 21곳, 비수도권은 23곳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달부터 환자 진료 안전성, 진료정보 보호, 데이터 활용 등을 목표로 인증 획득을 위해 기술, 인력, 예산을 지원한다. 우선 과거병력, 가족력, 부작용 정보 등 환자 안전 기능 중 일부 미흡한 부분을 개선한다. 의료진 간 표준화된 진료정보교류 환경을 구현하고 환자 진료정보보호를 위한 각종 보호조치도 적용한다. 시범사업 기간 내 인증을 획득하면 본 사업에서 인증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 본 사업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의료기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증대상은 EMR로 한정하고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인증기준을 달리 적용한다. 인증은 의료법 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시스템 개발업체와 의료기관 모두 신청 가능하다. 의료기관이 개별 신청하지 않더라도 인증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이를 표시하도록 했다.
오상윤 의료정보정책과장은 “의료계·학계·산업계 등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의료기관, 업체가 예측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인증제도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던 우리나라 EMR 체계 개선에 기대를 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EMR 보급률은 92.1%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대형병원은 자체 개발해 사용하는데다 나머지 병·의원도 400개가 넘는 서로 다른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 호환과 연계가 안 돼 진료정보 교류나 시스템 구축·유지보수에 비효율성이 커진다. 영세병원은 기능이 떨어진 저가 제품을 사용해 환자정보 보호에 심각한 구멍으로 인식된다. 인증 기준인 기능성, 상호운용성, 보안성 등을 충족하면 시스템 전반의 상향평준화를 구현한다.
인증 부담을 상쇄할 인센티브 마련은 과제다. EMR솔루션 업계는 자율인증임에도 정부가 인증 확대 의지가 강한 만큼 언젠가는 반드시 획득해야할 대상으로 여긴다. 인증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재개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본 사업에는 예산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 부담이 크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정부도 시범사업을 거쳐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현될지 미지수다.
의료IT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경쟁력 있는 EMR 육성을 위해 개발과 구축 비용을 지원하면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EMR 보급 환경을 만들었다”면서 “개발, 구축, 운영, 관리 등 모든 영역을 병원과 기업에만 맡길 경우 경쟁력 있는 솔루션과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