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또 다시 북미 교착 상태를 풀 중재역할을 맡았다.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연내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그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북미는 종전선언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 문제와 연결됐기 때문에 양국 모두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인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위해선 북한의 핵시설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선차적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모두를 설득해 종전선언까지 이끄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3차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간 시각차를 줄이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현재 북한은 종전선언을 모든 문제 해결의 첫 출발점으로 여기는 반면 미국은 최종 도착점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북미 간 다양한 협의 채널이 가동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미 간 인식차를 줄이고 설득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 북측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회담 결과에 기대를 갖는 분위기다. 북한 측이 보다 진전된 수준의 비핵화 내용을 우리에게 제시할 가능성과 또 이를 통해 미국을 설득해 달라고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핵화 로드맵 협상은 북미 간 협상 몫이지만 남북 정상 간 대화에서도 다뤄질 수 있는 의제다. 종전선언을 위한 필요 단계이기도 하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촉매제가 되어 종전선언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다음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계기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간 우리 정부는 유엔총회를 기점으로 종전선언을 하는데 공을 들였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에 해당한다.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한다면 유엔총회 보다는 11월 초 예상되는 싱가포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서 6·12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도 종전선언을 미국보다는 제3국에 해당하는 싱가포르에서 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다자 국제회의가 아닌 별도의 날을 종전선언 D데이로 정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예측한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유엔총회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10월 경 종전을 선언하는 그림이다. 북한이 유엔총회나 EAS 등 국제회의 프레임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러 시나리오가 다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며 “올해 종전선언을 목표로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
성현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