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맥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는 가운데 '맥주 종량세' 전환을 골자로 한 주세법 개정이 끝내 무산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한 국내 맥주업계와 수제맥주 업계는 크게 아쉬워했다.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조세 형평과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맥주 종량세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무역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1만원에 4캔' 할인 행사가 없어질 것이라는 소비자 불만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부총리가 국내 기업이 받는 역차별은 무시한 채 오히려 수입 맥주 판매를 독려한다”는 업계의 불만이 적잖이 나왔다.
김 부총리가 주세법 변경에 제동을 건 이유는 '4캔 1만원 할인 행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과 '정부가 주세를 늘리려 한다'는 프레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맥주 업계는 종량세로 전환한다 해도 수입 맥주 4캔 1만원 할인 행사는 없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할인 행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종량세로 전환 시 전년도 맥주 주세에 맞춰 ℓ당 세금을 책정했기 때문에 모든 맥주 세금이 오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맥주 종량세 전환을 전면 유보했다. 주세법 개정은 일부 수입 맥주 업체에 유리하고 국산 맥주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성격이 더 강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맥주업체는 수천억원의 설비 투자, 대규모 고용 유지, 세금 납부 등으로 국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여러 사회봉사 활동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입 맥주는 고용과 투자는 물론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철폐로 과세조차 부과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주세법상 상당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국산 맥주의 절규를 단순 '엄살'로 받아들여선 안 될 것이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