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보건의료분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가 활발하지만 국내는 규제 에 막혀 신약개발 속도를 앞당기지 못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설립한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이후에도 민간에 공공 빅데이터 활용 적용이 되지 않아, 반쪽짜리 센터라는 지적도 받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추진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공공 사용을 전제로 한다. 민간 기업에는 의료 빅데이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보건의료연구원(NECA),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등 보유 의료정보를 공공 목적에 맞게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한다. 복지부는 연구자 제공 정보를 사전에 분석해 비식별 정보로 가공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방안, 정책방향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학계·의료계·전문가·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 논의기구를 설치했다. 비식별 환자 건강정보 활용 특별법 형태 법적·제도 기반도 구축했다.
규제혁신이라는 이름의 시범사업은 반쪽 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신약개발을 주도하는 제약사, 민간기업에 공공의료 빅데이터는 제공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의료기기 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자리에서도 '공공 목적'이라는 대목만 강조됐다. 제약사, 민간기업에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제공되지 않다보니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IT 회사가 갖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치중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활용이 글로벌 제약사 신약개발의 주요 트렌드이지만, 한국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AI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자료 제공이 민간에도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은 현재 기업에 국내 공공의료 빅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미약품, 동아제약, 대웅제약 등 194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이중 센터와 협력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제약사는 22곳이다. 이들 제약사 중에서도 실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약개발에 적극 뛰어든 기업은 2~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 '왓슨'을 도입해 신약 후보물질 분석,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신약 개발 관련 보건의료 빅데이터 자료, 논문 등을 활용한다.
양질 의료 빅데이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등이 갖고 있다. 복지부와 제약바이오협회가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과 사회 논의를 통한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했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산업 전문위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에 주력한다”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새로운 물질을 조기에 발굴, 신약 개발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양질의 공공 빅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개인정보 비식별화를 거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이 민간에서 활성화돼 있다. 기업에도 자료를 제공한다. 선진국들은 빅데이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주요 정책 영역에 배치한다.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의료 빅데이터 공개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규제 발목에 묶여 발전 속도가 늦다는 지적이다. 배영우 전문위원은 “병원 EMR 데이터 등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국가 신성장동력인 제약산업 신약개발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무기”라면서 “정부 산하 기관에서 공공 목적으로 신규 물질을 발굴, 민간 기업에 팔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 신약 개발은 특정 기업에만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 발전에도 부합한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