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차세대 사업자 선정 난항..자체 개발 부작용 '부메랑'

충남대병원 전경
충남대병원 전경

상용 병원정보시스템(HIS) 솔루션 기반으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대형병원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다. 그동안 병원이 자체 개발을 선호해 상용 솔루션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탓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상용솔루션 도입이 확대될 전망이어서 관련 시장 육성이 시급하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충남대병원이 두 차례 차세대 HIS 구축 사업을 발주했지만 모두 단독응찰로 유찰됐다.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사업자 선정 절차를 밟는다. 경희의료원, 조선대병원 등 차세대 사업을 준비 중인 병원도 선택 폭이 좁아 고민이다.

충남대병원은 대전 본원과 새로 짓는 세종충남병원 대상 차세대 HIS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총 140억원을 투입해 2011년 구축한 웹 기반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 자체 개발에서 상용 솔루션 도입으로 선회했다. 2020년 1월 완료가 목표다.

두 차례 사업자 선정 공고에 이지케어텍 한 곳만 응찰했다. 늦어도 이달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연내 착수할 예정이지만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전체 사업 계획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차세대 사업을 계획 중인 다른 대형병원도 고민이다. 경희의료원과 조선대병원도 100억원 규모 차세대 사업을 추진한다. 연말 사업자를 선정한다. 상용 솔루션을 도입을 검토하지만 관련 제품이 다양하지 못해 고민이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국내 HIS 솔루션 기업은 2~3곳에 불과한데, 그 중 하나는 대기업이어서 참여가 제한된다”면서 “100억원 이상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라 여러 솔루션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케어텍 직원이 병원정보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이지케어텍 직원이 병원정보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대형병원 HIS 솔루션 구축 사업을 수행할 기업은 이지케어텍, 평화이즈,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한국후지쯔 정도로 꼽힌다. 평화이즈는 대외사업을 막 시작했으며 현대정보기술과 한국후지쯔는 사업을 축소하는 추세다. 삼성SDS는 국공립병원 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이지케어텍이 가장 유력한데, 해외사업에 주력해 국내 사업을 수행할 인력이 부족하다. 이외 비트컴퓨터, 네오소프트 등 솔루션 업체가 있지만 대부분 중소형 병원 대상이다.

대형병원은 그동안 표준화된 제품이 아닌 병원 고유 프로세스에 적합한 시스템을 요구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진행되다보니 상용 솔루션 제품이 부족하다. 최근 자체 개발이 아닌 상용 솔루션 도입이 늘면서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기존 자체 개발 차세대시스템 구축 환경에서는 적당한 상용 솔루션이 출시되기 어렵다”면서 “IT서비스 자회사를 보유한 빅5 병원을 제외한 중견 병원은 상용 솔루션이 없으면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을 개발, 보급을 추진한다. 올해부터는 HIS 인증제 시범사업으로 시중 솔루션 신뢰도도 높인다. 민간 주도 의료 IT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의료 IT 업계 관계자는 “병원이 패키지 솔루션 도입을 확대하되 구축과 최적화 과정에서 비용 산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경쟁력 있는 HIS 솔루션을 육성하기 위한 개발, 보급에 정부 투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